[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해 연이어 발생한 국가 행정전산망 장애로 공공 소프트웨어(SW)사업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 전산망 장애 해법 중 하나로 정부는 공공SW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 제도를 추진하고 있지만, 산업계에선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 증대 및 납품단가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결국 연이은 행정 전산망 장애 등 공공SW 사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예산이라는 암초에 걸려있다. 결국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과기정통부 뿐만 아니라 예산을 기획, 배분하는 기획재정부의 역할론이 커질 수 밖에 없는 문제다. 특정 부서가 나서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9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공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부터 주민등록시스템, 모바일 신분증, 나라장터에 이어 우체국 금융까지 장시간 오류로 국민이 불편을 겪자 대기업 SW사업 참여로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산업계에선 공공SW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 추진에 시큰둥한 분위기다. 대기업이 중소·중견 SW기업 ‘밥그릇’을 뺏을까 하는 우려는 아니다.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가 공공SW 품질을 높이기 위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IT업계에선 공공SW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사업대가 현실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10여년 간 이어지고 있다. 연속적인 행정망 장애는 단지 그 참여주체가 중견·중소기업이어서가 아니라, SW산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국가사업 예산구조, 수발주자 과업변경 시스템 등 기존 공공SW 사업이 갖고 있던 고질적인 병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가령 2011년부터 현재까지 인건비와 물가는 55.6% 증가했지만 개발단가는 10.9% 증가에 그쳤다. 유지보수요율은 오라클·SAP 같은 해외 기업들은 평균 20%에 달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10% 언저리로 훨씬 낮은 편이다.
정부 정보화 예산 절감과 경직된 계약 및 예산 구조도 공공SW 품질을 높이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KOSA에 따르면 매출 100억원 이상 SW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5.4%다. 이중 공공SW사업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공공 주력 기업 영업이익률은 –0.4%로 전체 대비 5.8% 낮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에서 자국 SW를 써야 민간 영역에서도 그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는데, 공공에서부터 SW 라이센스 비용이나 유지보수 비율이 낮아지면 민간은 공공보다 더 낮게 책정하는 사례가 많아져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용성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토론회에서 “결과물 완성 시점에 변동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업 특성을 반영해 예비비를 책정하거나, 과업변경 시 발주자에게 IT감사를 면제시켜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공SW사업은 요구사항이 불명확한 시점에서 예산이 수립되지만, 사업이 진행되며 요구사항 및 개발 규모가 증가해도 전년도에 확정된 사업비가 변하지 않는다는 과업 문제도 제기된다. 물론 정부는 ‘SW 제값받기’ 일환으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에 분리발주 제도를 도입, 그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론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줄이는 상황에서 과업을 수행해야하는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대기업이 공공SW 사업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불공정한 사업대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SW기업들이 서비스 품질을 높이지 못하고 더 많은 유찰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공공SW 품질 개선을 위한 대책으로 산업계는 우선 이달 말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할 ‘디지털 행정서비스 발전을 위한 종합대책’에 주목하고 있다.
SW업계 관계자는 “공공SW 품질개선 방안은 SW 제값받기 문제를 빼놓지 않고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달 말 행정안전부 발표에도 어느정도 내용이 포함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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