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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위기의 카카오…김범수 등판이 시사하는 점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 카카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의 준법 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전날 주요 공동체(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공동체 경영회의’ 자리에서 전한 말이다.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혐의로 ‘경영진 구속’이란 사상 초유 사태를 맞은 카카오가 ‘최고 비상 경영 단계’를 선포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범수 센터장이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비상대책회의 지휘봉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수사 중인 SM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김 센터장 영향력이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한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3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 김 센터장과 홍은택 대표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었다. 앞으로 카카오는 매주 월요일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첫 번째 회의에서 카카오 경영진들은 ▲각 공동체 준법 경영 실태 점검하는 기구 마련 ▲신사업·대규모 투자 때 사회적 영향에 대한 외부 평가 시행 등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준법 감시를 위해 외부통제까지 적극 고려한다는 건 민간 기업으로서 특단의 조치를 내린 셈이다.

사실 IT업계는 창업자들이 실질적 경영에서 손을 떼고 의장직을 맡거나 사실상 명예직에 가까운 직함을 유지하는 ‘은둔형 경영자’가 많다. 김 센터장도 그동안 카카오 내부에서 크고 작은 이슈가 제기됐을 때 CEO 뒤에서 책임을 회피했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카카오를 둘러싼 악재와 사고가 쌓이며 최종적인 책임 소재가 김 센터장으로까지 향하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현 경영진들과 소통하는 모습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계열사에 잇따른 도덕적 해이와 구조조정 등 불안정한 경영 상태다.

카카오는 지난해 초 ‘스톡옵션 논란’에 따른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사퇴에 이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사업 구조조정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 게임 아이템 결제한 카카오 재무 임원 논란과 같이 크고 작은 잡음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회사는 노조 측으로부터 항의서한과 함께 책임 경영을 여러 차례 요구받기도 했다. 계열사 곳곳에 피어오른 위기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건 SM 주가조작 이슈다. 카카오 경영진들은 지난 2월 SM 경영권 인수전 당시, 경쟁 상대인 하이브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해 SM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19일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를 구속하고, 지난 23일 김 센터장을 소환조사한 데 이어 지난 26일 카카오 경영진 일부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특사경은 이번 검찰 송치 명단이 ‘우선 송치’라는 점을 들어 시세조종 공모 정황이 확인된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검찰 송치도 시사했다. 일각에선 향후 김 센터장 검찰 송치는 물론, 구속영장 신청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한편, 카카오는 정기적인 공동체 경영회의를 개최하기에 앞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조직 재정비에도 나선 바 있다. 지난달 말 카카오는 그룹 전략 방향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컨트롤타워인 ‘CA 협의체(옛 CAC·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를 4인 총괄 체제로 개편했다.

기존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위기관리)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투자)에 더해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경영지원)과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사업)가 새로 협의체에 합류한 것이다. 특히 김정호 이사장 경우, 네이버 공동창업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CA 협의체는 김 센터장과 홍 대표 등 주요 경영진들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금 플랫폼 기업들은 사회와의 교감을 그리 중시하지 않던 예전 기업들과 달리, 스스로 사회적 기업이라 보는 경향이 많다”며 “전통적인 기업이 지향하는 바를 벗어나 사회적 역할까지 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어떤 책무를 져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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