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사상 초유 경영진 구속까지 이뤄진 카카오가 결국 ‘최고 비상 경영 단계’를 선언했다. 카카오 공동체(계열사)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문제가 불거진 데 따라 준법 감시를 위한 외부통제 카드까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30일 카카오는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홍은택 대표를 비롯한 주요 공동체 최고경영자(CEO)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체 경영회의’를 진행했다. 공동체 경영회의는 최근 카카오에서 벌어진 이슈가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경영 체계 자체를 일신하기 위한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다.
앞으로 카카오는 매주 월요일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첫 번째 회의였던 이날 카카오 경영진들은 최근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준법 감시를 위해 향후 외부통제까지 받아들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신사업이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때 사회적 영향에 대한 외부 평가를 받는 방안도 이에 포함됐다.
카카오는 먼저 각 공동체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기구를 마련해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하는 경영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이는 카카오 계열사 전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김범수 센터장 판단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센터장은 회의를 통해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의 준법 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최고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한 건 SM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매서운 수사 칼날과 궤를 같이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월 약 1조3900억원을 들여 SM 최대 주주가 됐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 조사에 따르면 카카오 경영진들은 지난 2월 SM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 SM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금융당국 수사는 최근 가속도가 붙었다. 특사경은 지난 19일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를 구속하고, 지난 23일 김 센터장을 소환조사한 데 이어 지난 26일 카카오 경영진 일부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검찰 송치 명단에 김 센터장이 빠졌지만 언제 김 센터장도 구속 명단에 오를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사경도 ‘우선 송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시세조종 공모 정황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향후 김 센터장 검찰 송치는 물론, 구속영장 신청 여부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향방에 따른 업계 최대 관심사는 카카오뱅크 지분 강제매각 여부다. 일부 카카오 임원이 받는 SM 주가 부양 논란이 법인인 카카오 법 위반 문제로까지 번지면, 최악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지분 27.17%) 지위를 잃게 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SM 간 협업에 빨간 불이 커졌다는 관측도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카카오는 앞서 SM과 함께 기존 음원 유통사업뿐만 아니라, SM 아티스트 글로벌 팬덤 시장을 기반으로 ▲게임 ▲스토리(웹툰·웹소설) ▲미디어(드라마·영화) 등 콘텐츠 전 영역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꾸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엔터 사업은 카카오 미래 전략인 ‘비욘드 코리아(내수시장 범위를 주변국까지 넓히는 전략)’를 실현할 선봉장 역할로 여겨진다.
카카오 관계자는 “일단 카카오 외부에서 준법 경영을 잘하는지 지켜볼 기구를 만들겠다는 방향성만 나온 상태”라며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모여 정기적 논의하는 차원으로, 구체적인 결정 내용은 향후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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