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자사 갤럭시S 시리즈에 배제된 후폭풍이 다른 쪽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파운드리사업부로서는 이중고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2025년 출시 예정인 ‘5세대 텐서(G5)’ 제작을 TSMC에 위탁할 계획이다.
텐서는 구글의 자체 모바일용 AP 시리즈다. 삼성전자와의 시스템온칩(SoC) 프로젝트 ‘화이트채플’을 통해 탄생했다. 사실상 엑시노스 기반으로 만들어진 AP다. 자연스럽게 생산도 삼성전자가 담당해왔다. 올해 구글이 출시하는 ‘픽셀8’ 시리즈에 탑재되는 3세대 텐서(G3)까지 이러한 동맹이 이어진다.
다만 4세대 텐서(G4)부터 변화가 감지된다. 내년 공개 목표로 개발 중이었으나 일정이 다소 지연되면서 차기작 테스트 칩으로만 사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5세대 텐서(G5)에서는 구글과 삼성전자 간 결별이 유력한 상황이다. 일단 G5는 구글이 100% 설계를 맡는다.
앞서 삼성전자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사업부는 갤럭시S23 시리즈에서 전량 퀄컴 AP(스냅드래곤)를 채택한 바 있다. 전작에서 발생한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이슈를 일정 부분 엑시노스에 전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련의 과정에서 두 회사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구글이 접는(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는가 하면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마트폰 검색엔진 사용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G5는 TSMC 3나노미터(nm) 공정을 통해 제조될 확률이 높아진 상태다. 통상 2년 전 파운드리 협력사가 정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TSMC가 전담하느냐 아니냐만 남은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구글 AP 물량이 많지는 않아도 빅테크 기업을 고객으로 뒀다는 상징성이 컸다”며 “(TSMC로 넘어가면) 파운드리 수익은 물론 설계 관련 로열티까지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실화하면 삼성전자로서는 또 다시 글로벌 고객을 TSMC에 내주게 된다. 이미 퀄컴, 엔비디아 등 메인 제품 생산을 TSMC가 수주했다. 이전까지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의 주요 매출처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구글과 삼성전자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건 아니다. 여전히 안드로이드 동맹으로 끈끈하고 확장현실(XR) 분야에서도 협업을 진행 중이다. G4까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책임을 지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TSMC가 충분한 3nm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삼성전자로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G4 역시 TSMC로 바뀔 예정이었으나 물량 등에서 이견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삼성전자는 “고객 관련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구글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 그로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내 4nm 라인에서 그로크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테일러 생산기지는 올해 말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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