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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꼴찌 성적표 받아든 우리금융… 과연 돌파구 찾을 수 있을까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우리금융그룹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증권,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습니다."(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서두르지 않고 우량 매물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겠습니다."(이성욱 우리금융지주 CFO)

지난 1분기와 2분기 우리금융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각각 나온 말이다.

'밑밥'을 깔아 놓는 듯한 어감의 변화는 있어도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맥락은 동일하다.

이처럼 우리금융의 중역들은 실적발표때마다 나서서 "비은행 강화"를 외쳐왔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 계열사를 갖추고 있지 않다. 그만큼 수익의 상당 부분을 은행에 의존해 있다. 기형적이다. 우리금융이 비은행 강화를 외치는 것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 클 것이다.

우리금융의 올 상반기 성적표는 금융권내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심각하다.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 당기순익 1조53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감소했다. 특히 2분기 순익은 무려 31.6% 쪼그라들은 6250억원을 나타냈다.

4대 금융지주 실적 중 꼴찌다. 대부분의 금융지주가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성적 부진은 더욱 도드라진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 보면 더 안좋다.

우리금융이 거둔 이자이익은 4조4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7.5%나 증가했다. 즉 '이자장사'를 통해 그나마 이익을 내고 있다는 의미다.

따지고보면, 이러한 우리금융의 기형적 수익 구조는 결국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현재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에서 차지하고 있는 순익 기여도는 83.9%다. 다른 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 보다 10~20%p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문제점이 지적된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법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그 실행력에서 우리금융은 매번 놀라울 정도의 무능함을 보여왔다. 말만 앞설 뿐, 결과적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은 취하지 못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금융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금융사로는 보험사와 증권사가 꼽힌다.

우선 보험사는 KDB생명, MG손해보험, ABL생명, 동양생명, 롯데손해보험 등이 매물로 거론된다.

KDB생명은 우리금융의 경쟁사인 하나금융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미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을 보험 계열사로 두고 있는 하나금융은 최근 KDB생명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MG손보는 지주사 전환을 추진중인 교보생명이 관심을 갖고 있다. 손해보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심산이다.

ABL생명은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접촉을 시도했다. JC플라워, 파운틴헤드프라이빗에쿼티(PE), 노틱인베스트먼트 등이 예비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 우리금융 CFO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에서 "적당한 매물이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쏟아지는 보험사 매물에 다른 금융사들은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시급한 우리금융은 두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증권사의 경우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는 하나 역시 아직 가시화하고 있는 건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과거로 되돌아가보자.

과거에도 금융 지주들의 보험사 인수합병(M&A)은 활발히 진행됐었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했던 KB금융지주는 2020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해 올해 KB라이프를 탄생시켰다.

신한금융지주는 2018년 오렌지라이프생명를 인수한 후 신한생명과 합병해 신한라이프를 탄생시켰다. 이후에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품에 안고 신한EZ손해보험을 출범했다.

이럴때마다 금융권 홍보팀과 기자들 사이에선 "비은행 부문이 약한 우리금융이 눈독을 들인다더라"는 카더라만 무성했다. 물론 지금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한 M&A 빗장이 풀리면서 이를 품을 금융 지주사로 우리금융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부실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관 출신' 임종룡 회장이 있는 우리금융이 이에 발맞춰 적극 나서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다.

결국 이런 전망까지 현실화 된다면 그동안 우리금융이 외쳐왔던 '비은행 강화' 역시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비이자 수익 확대'를 위한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비판까지 나올 여지도 있다.

이성욱 우리금융 CFO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증권사와 보험사를 타겟으로 정할 계획"이라며 "시너지가 나지 않는 매물은 제외할 생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초유의 매물로 누가 낙점 될 지 관심이 커지는 대목이다.

매번 간만 보다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 갈 때 혼자 퇴보하는 일을 거듭해왔던 우리금융이 이번에는 구체적인 액션에 나서, 스스로의 한계를 깨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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