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28㎓요? 2.8㎓는 압니다만.”
중국의 5G 굴기에 ‘28㎓’는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LTE보다 20배 빠른 ‘진짜 5G’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주파수 대역이지만, 중국은 애시당초 28㎓ 상용화 계획이 없던 나라다. 국내 통신사들이 정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28㎓ 5G 구축에 도전했던 점을 생각하면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28일부터 30일까지(현지시각)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에서 열리는 국제 정보기술(IT)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23’에서 만난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동통신 세대가 진화할 때마다 사업자는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는데, 2019년에 상용화된 5G가 아직도 제대로 된 수익창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28㎓ 대역 상용화는) 단말기와 인프라 구축도 돼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차이나모바일 관계자는 “인구와 면적이 큰 중국도 그나마 5G 커버리지를 10억명 규모까지 늘렸는데 아직 수익창출을 하지 못해 (28㎓ 같은) 초고대역 네트워크를 구축할 만큼 비용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중국 통신사들의 경우 국영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우선 품질 좋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초고주파 대역인 28㎓ 대역은 직진성이 강하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매우 약해 저·중대역 대비 훨씬 더 많은 기지국을 꼼꼼하게 구축해야 한다. 그만큼 비용과 자원이 많이 투입된다는 얘기다. 중국의 경우에도 이 같은 투자의 어려움으로 애초에 28㎓를 5G용으로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는 지난 2019년 자국 통신사업자에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28㎓ 주파수 대역은 제외했다. 중국 1위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은 2.6㎓ 대역 160㎒ 폭(2515㎒~2675㎒)을 할당받았으며, 2·3위 업체 차이나텔레콤(3400㎒~3500㎒)과 차이나유니콤(3500㎒~3600㎒)은 3.5㎓ 대역 전후에서 각각 100㎒ 폭씩을 할당받았다. 차이나모바일의 경우 추가할당을 통해 TV방송업체 CBN과 함께 700㎒ 주파수 대역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28㎓를 위성통신용으로 사용하고 있던 상황이라 주파수 간섭 문제 때문에 5G용으로는 할당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MWC 상하이 2023 현장에서 만난 중국 통신사 관계자들은 28㎓와 같은 밀리미터웨이브 주파수 대역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차이나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28㎓ 주파수 현황에 대한 질문에 대해 2.8㎓ 주파수로 오인하고 답변하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한 분위기다.
현재 28㎓ 주파수를 할당 또는 서비스 계획 중인 나라는 미국·일본을 포함해 인도·브라질·스페인 등 총 33개국에 그친다. 그중 미국과 일본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이 역시 이용 분야가 한정적이다. 미국의 경우 경기장에서 5G 28㎓ 대역으로 실감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본도 전국 이동통신 대리점을 중심으로 28㎓ 기지국을 설치했지만 이용 품질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통신3사가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로부터 5G 28㎓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아 투자를 진행했지만 정부가 부과한 기지국 구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결국 주파수를 반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28㎓ 주파수를 신규 사업자에 다시 할당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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