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최근 통신업계가 주목하는 ‘오픈랜’(Open-RAN·Radio Access Network, 개방형무선접속망) 생태계가 본격화 하면서 장비 제조사들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오픈랜은 곧 통신사들의 장비 종속성 완화로 이어지는 만큼 기존 대형 제조사에는 위기, 다른 후발 제조사들에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 ‘오픈랜’으로 장비 종속성 탈피하려는 통신사들
오픈랜은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든 통신장비를 상호 연동할 수 있는 표준화 기술이다. 네트워크 운용에 필요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분리하고, 이에 대한 개방형 표준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장비 제조사의 제품을 쓰든 통신사는 기지국을 구축할 때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 하면 된다.
오픈랜의 핵심은 통신사들이 장비 종속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제조사들마다 규격이 달라 호환 운용할 수가 없었는데, 예를 들어 통신사가 기지국을 노키아 장비로 한번 구축하고 나면 나중에 에릭슨 장비로 바꾸려 해도 바꾸기 어려웠다. 하지만 오픈랜이 도입되면 기지국은 노키아로, 안테나는 삼성 제품으로 쓸 수 있게 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특정 장비 회사에 구애받지 않고 다수 제조사 장비를 혼용해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유연한 기지국 구축이 가능해진다. 여러 회사의 통신장비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부품을 구하기 쉬워지고 기지국 구축 비용도 낮출 수 있다. 통신사들이 앞다퉈 오픈랜 생태계 활성화에 나서는 이유다.
◆ 시장점유율에 따라 희비 엇갈리는 장비 제조사들
반면 장비 제조사들은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시장점유율이 낮은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 중소업체들엔 장비 공급을 늘릴 기회지만, 기존 선두 업체들엔 위기가 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세계 5G 장비 시장점유율은 화웨이(28.7%), 에릭슨(15%), 노키아(14.9%), ZTE(10.5%), 시스코(5.6%), 삼성전자(3.1%) 순이다.
점유율에 따라 제조사들의 오픈랜 전략도 달라진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 1·2위 사업자인 화웨이와 에릭슨은 오픈랜에 신중한 입장이다. 오픈랜이 활성화 될수록 초기 장비 공급으로 시장을 선점한 우위가 사라질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픈랜의 국제표준화를 지켜보며 최대한 중립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같은 후발주자들에는 업계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기존엔 다른 기업 장비를 먼저 도입해 쓰고 있는 통신사에 자사 장비를 팔기 어려웠는데, 오픈랜이 확산되면 판로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오픈랜을 위한 표준을 만드는 ‘오픈랜 얼라이언스’에는 이러한 이해관계를 가진 제조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 전세계 오픈랜 시장 꾸준히 활성화…부작용 우려도
장비사들의 이해관계와 별개로 오픈랜 시장은 꾸준히 성숙해 나가고 있다. 특히 장비 주도권을 가진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국가적으로 오픈랜 활성화 정책을 펼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관련 법안에 따라 통신장비를 오픈랜으로 교체하는 데 최대 20억달러의 자금을 보태기로 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스타트업이나 중소 기업 중심으로 오픈랜 연구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오픈랜 자체가 대세가 됐고 그런 경향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메이저 장비 업체들도 관련 연구개발은 계속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시장이 커지면 업체 규모나 점유율과 관계 없이 오픈랜 제품들을 출시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오픈랜 상용화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도 없진 않다. 오픈랜으로 여러 제조사의 장비를 사용하던 통신사가 네트워크상 장애를 발생시켰을 경우,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제각각인 장비 성능으로 동일한 통신 품질을 보장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이 경우 성능의 하향평준화로 소비자에 피해가 갈 수도 있다.
또 다른 장비업계 관계자는 “장애 발생시 불분명한 책임소재 문제도 그렇고, 사실 지금껏 그래왔듯 국내 중소 제조사 장비보다는 대기업 제조사 장비가 성능이 좋은 것은 사실”이라며 “통신사들도 일단 품질이 우선이기 때문에, 오픈랜 상용화 이후에도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1위 기업에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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