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정부와 통신3사가 글로벌 네트워크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오픈랜’(OpenRAN·개방형무선접속망) 생태계 활성화에 시동을 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올해 통신3사와 함께 오픈랜 장비 산업의 성장 생태계를 본격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오픈랜은 무선접속망(RAN)을 구축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통신장비 간 연결에 필요한 인터페이스(API) 등 소프트웨어 요소를 하나의 통일된 기준으로 규정,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5G 기지국은 무선신호처리부(RU·Radio Unit)와 분산장치(DU·Distributed Unit), 중앙장치(CU·entralized Unit) 등 네트워크 장비로 구성되는데, 기존에는 이 장비들이 모두 동일 회사 제품이어야만 상호 신호연결이 가능했다.
예컨대 화웨이의 RU와 DU는 서로 호환되지만, 화웨이의 RU와 삼성전자의 DU 간 상호 교신은 불가했다. 통신장비 간 연결에 필요한 API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이에 통신사는 운영의 용이성을 위해 일반적으로 1~2개사의 통신장비 만을 이용, 특정 통신장비에 종속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이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형태로 변질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오픈랜은 이에 대응하고자 도입됐다.
통신사의 입장에선, API의 개방화로 하나의 장비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제조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유연하게 선택해 무선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중소 장비 제조사는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현재 해외 국가 중에선 미국이 오픈랜을 구성하는 표준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2010년부터 중국기업의 통신장비 시장 잠식이 본격화되면서 장기적으로 글로벌 통신 생태계에서 미국의 경쟁력 상실 우려 역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와 통신3사 역시 이런 흐름에 발맞춰 관련 표준 및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중·소 네트워크 장비 업체를 집중 육성해 현재 5개에 불과한 글로벌 강소기업을 2030년 2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통신3사는 가상화 기지국(vRAN·virtualized Radio Access Network)에 오픈랜 기술을 결합한 ‘오픈랜 가상화 기지국’의 상용화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생태계를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가상화 기지국’은 이름 그대로, 기지국을 가상화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DU와 CU를 범용서버에 소프트웨어 형태로 구현해 운용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기지국을 가상화한다고 할 때 DU만이 포함된다. 미국의 버라이즌과 일본의 라쿠텐이 최근 DU를 델, HPE와 같은 서버에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구현해냈다.
가상화 기지국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네트워크 장비를 물리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없어지니, 통신사의 입장에선 당연 기지국 구축 및 관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가상화 기지국에 오픈랜 기술까지 더해지는 경우 네트워크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3사 중 유일하게 오픈랜 가상화 기지국 실증에 성공했다. 올초 노키아와 함께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의 오픈랜 가상화 기지국을 상용망에 설치하는 가 하면, 최근엔 국내 중견 기업인 에치에프알과 함께 자사 분당 사옥 내 클라우드 기반의 5G 오픈랜 기지국을 설치하고 안정적인 5G 인빌딩 서비스 품질과 성능을 확인했다.
이어 KT는 NTT도코모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 2023에서 소프트웨어 기반의 가상화 기지국 등 오픈랜 기술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NTT도코모와 다양한 제조사의 기지국 장비를 연동해 시험하는 오픈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테스트베드에서 자체 개발한 5G 기지국 장비와 후지쯔 장비를 연동하는 데 성공했다.
LG유플러스는 가상화 기지국에 관심을 가지고 업계의 연구개발 현황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오픈랜 플랫폼 기술 개발에 먼저 나섰다. 오픈랜 플랫폼 기술이 상용화되면 현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아 실행하듯 기지국 소프트웨어도 개별 기지국에서 원하는 기능 만을 선별해 실행하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발을 위해 글로벌 IT기업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와 협력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랜이 상용화되면 장비 라인업이 확대되어 고객이 원하는 장비를 적재적소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가상화 기지국에 오픈랜 기술을 적용하는 경우 기존 오픈랜 장비보다 전력소모를 줄이고 기지국 용량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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