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첫 AI 광풍을 일으킨 ‘알파고’ 이상이다. 오픈AI의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를 비롯해 이미지 생성 AI ‘달리(DALL·E)’ 등 놀라운 기술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등장하는 AI 상당수가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나 한정적으로 쓰이던 AI가 일상 생활 속에 녹아들고 있다.
AI 광풍의 불씨를 당긴 것은 챗GPT다. 오픈AI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 GPT-3.5를 기반으로 개발된 챗GPT는 발표 이후 5일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MAU) 100만명, 2개월 만에 1억명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수준의 인기를 끌었다.
인기를 끈 원인은 높은 수준의 문장 이해 및 작성 능력으로 꼽힌다. 질문을 하더라도 문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여느 AI 챗봇과 달리 챗GPT는 사람에 버금가는 수준의 문장 이해력을 보인다. 문장을 이해한 뒤 내놓는 답변도 놀라운 수준이다.
2021년까지 저장된 과거 데이터를 통해 답변을 내놓는다는 것이 단점으로 부각됐지만 이 역시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검색엔진 ‘빙(Bing)’에 챗GPT를 탑재한 빙 AI를 선보이며 일부분 극복됐다. 빙 AI는 웹상에 유통되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답변한다. 검색엔진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니던 구글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영상 및 이미지 분야에서의 AI 기술 활용도 눈부시다. 특히 최근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 엔비디아가 선보인 영상 업스케일링 기술 ‘비디오 슈퍼 레졸루션(Video Super Resolution, 이하 VSR)’은 많은 사용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엔비디아 VSR은 지포스 RTX 3000/4000번대 이상 그래픽카드의 최신 드라이버에서 이용 가능한 기술이다. 활성화할 경우 PC에서 재생되는 영상의 품질을 자동으로 업스케일링한다. 저해상도의 영상을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로 시청할 경우 부족한 픽셀(Pixel)을 AI가 채워주는 방식이다. 웹브라우저를 통해 재생되는 영상 전반에 적용 가능하다. 설정을 통해 동영상 플레이어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해외 기술만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수년 전부터 기자의 업무 능률 향상에 도움을 준 네이버의 음성 녹음 및 텍스트 변환 서비스 ‘클로바노트’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어를 인식하는 능력에서는 MS나 구글 등보다 앞선다. 영어 녹음 및 텍스트 변환 서비스인 ‘오터(Otter)’의 경우 그 인식률이 놀라운 수준이다.
일상과 업무를 편하게 해줄 AI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기술들을 응용한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챗GPT를 ‘카카오톡’에서, 이미지 인식까지 더해서 이용할 수 있는 ‘아숙업(AskUp)’ 같은 서비스가 예다.
빙 AI의 경우 챗GPT 수준의 문장 이해 및 답변 능력을 최신 정보까지 반영해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활용도가 높지만 생성되는 답변의 정확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히려 잘못된 내용을 반영해 ‘가짜뉴스’를 생성해내기도 한다.
빙 AI에 대화 스타일을 ‘균형 잡힘’으로 해 “디지털데일리가 랜섬웨어 공격에 당했다던데?”라는 질문을 하면 “네, 디지털데일리가 랜섬웨어 공격에 당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고 답한다. 이어서 날짜를 묻자 “정확한 날짜는 검색 결과에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 7월에 콜택시 마비 사태를 일으킨 랜섬웨어 매스스캔과 관련된 공격이었다고 추정된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디지털데일리>는 랜섬웨어 공격을 당한 적이 없다. 2022년 7월, 12월 매스스캔(Masscan)이라는 랜섬웨어로 인해 국내 콜택시 서비스가 마비됐다는 기사를 잘못 해석해 ‘디지털데일리가 랜섬웨어 공격에 당했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슷한 예로 최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국내 게임사도 랜섬웨어 공격에 당했다는 가짜뉴스를 생성하기도 한다.
물론 이와 같은 오작동으로 챗GPT나 빙 AI의 가치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대화 스타일을 ‘창작’이나 ‘균형 잡힘’ 대신 ‘정확함’으로 설정할 경우 인식률이 다소 낮아질지언정 불확실한 질문에는 정상적으로 ‘모른다’고 답한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오답 경향은 AI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누구나 AI를 체감할 수 있는 시대, 중요한 것은 양질의 AI 기술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