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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로톡 사태 결론에 혁신 플랫폼 명운 달렸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사필귀정이죠. 특히 저는 공정위가 제시한 과징금 액수가 마음에 드네요. 화끈하게 최고 금액을 택할 줄은 예상 못 했어요.”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회원인 한 변호사는 지난 2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지방변호사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잠정 과징금을 각 10억원씩 부과한 것에 대해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들 변호사단체는 소속 변호사들에게 로톡 서비스 이용금지와 탈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구성사업자 광고를 제한한 행위에 대해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에 신고당했다.

이번 공정위 조치는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들에게 특정 법률 플랫폼 이용금지나 탈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제한한 행위를 제재한 최초 사례다. 과징금 역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공정위가 기득권 변호사단체에 강한 제재 수위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로톡 사태’가 향후 리걸테크산업 존폐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로앤컴퍼니가 변협을 신고한 지 약 20개월이 지나서야 나왔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공정위 전원회의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로톡 성장세는 급속도로 꺾였다. 한때 4000여명에 달했던 가입 변호사 수는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고, 100억원대 이상 매출 손실도 발생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신규 채용이 진행됐지만, 이달에는 신사옥도 내놓고 구조조정에 돌입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졌다.

업계가 공정위 제재를 환영하면서도 리걸테크업계 회생을 위한 움직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특히 공정위 바통을 넘겨받은 법무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다음달 8일까지 징계위를 열고, 로톡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변협에 과태료 300만원 징계 의결을 받은 변호사 9명이 제출한 이의신청서 처분을 결정해야 한다. 이는 곧 로톡 서비스 지속가능성을 판가름할 마지막 기회와 다름없다.

한국 리걸테크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뒤쳐진 상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랙슨(Tracxn)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업체는 7000여곳, 투자 규모는 113억 달러(한화 약 14조89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48억 달러(한화 약 6조3200억원) 투자는 최근 2년 사이에 이뤄졌다. 그런데 국내 경우 로앤컴퍼니가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된 것이 최초이며, 누적 100억원 이상 투자 유치한 스타트업도 로앤컴퍼니와 모두싸인 2개사에 불과하다.

리걸테크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전문직 단체와 플랫폼 간 갈등은 언제나 있어 왔다. 특히 2020년 제정된 이른바 ‘타다 금지법’ 이후 구산업과의 충돌로 의료, 세무, 부동산 중개 등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의 혁신 시도는 계속 위축됐다. 로톡에 이어 제2, 제3의 ‘타다 사태’ 당사자가 될까 노심초사하는 플랫폼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세무 플랫폼 ‘삼쩜삼’은 세무사 단체,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성형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 비대면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대한약사회와 각각 대립 중이다. 정부는 이번 로톡 사태 결과가 리걸테크산업뿐만 아니라 혁신 플랫폼 생존에 큰 시사점을 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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