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KB리브엠’이 서비스 중단과 연장 기로에 놓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4월 금융규제 샌드박스 실증사업특례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지난달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 알뜰폰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위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KB국민은행은 오는 4월 알뜰폰 사업을 접어야 한다. 최대 4년이 지나면 종료해야 하는 한시적 사업이기 때문이다.
◆ 규제 샌드박스로 알뜰폰 시장 진출…오는 4월 특례기간 만료
현행법상 은행은 금융업과 관련된 전산업만을 부수 업무로 영위할 수 있음에도 불구,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던 배경엔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자리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현행법에 근거가 없거나 금지되는 경우 관련 법령 등에 규제 특례를 부여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혁신성을 가졌지만 리스크가 존재하는 서비스들에 대해, 시장에서 문제가 없는 지 시범기간을 두고 테스트하기 위함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금융과 알뜰폰을 결합한 KB리브엠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2019년 2년 한정 사업특례를 받았고, 2021년 2년을 한 차례 더 연장받았다. KB리브엠은 유심(USIM) 칩만 꽂으면 공인인증서·모바일 플랫폼 설치 등 복잡한 절차없이 은행서비스와 통신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실증사업특례 기간이 만료되는 4월 이후다.
물론, 이후에도 서비스를 계속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사업자가 특례기간 만료 3개월 전까지 관련 규제 개선을 요청하는 경우 소관 부처가 법령 정비의 필요성을 검토,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정비에 돌입하게 된다. 규제 정비기간 동안 실증사업특례 기간은 연장된다.
이에 국민은행도 지난 1월 금융위에 은행의 부수 업무를 정의하고 있는 은행법 제27조의2에 대한 법령 정비를 요청한 상황이다. 알뜰폰도 은행의 부수 업무로 허용해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 금융기관 확장 '우려'…알뜰폰 시장선 이미 반발
알뜰폰이 은행의 부수 업무로 허용되는 경우 이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신호탄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는 기업이 고객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금융업계는 빅테크 역시 은행과 유사한 업무를 이미 수행하는 상황에서 자신들도 비금융 영역에 진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반발해왔다.
다만 시장에서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금융기관들의 사업 영역 확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위의 고심은 깊다.
KB국민은행이 진출한 알뜰폰 시장에서도 역차별 문제는 제기됐다. 통신사의 알뜰폰 자회사만 해도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를 팔지 못하도록 규제받고 있는 가운데, KB리브엠은 도매대가 이하의 알뜰폰 요금제를 내놓으며 3년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35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는 스타트업은 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반면, 금융사는 다른 산업을 할 수 없다는 ‘형평성 문제’가 지적되면서 시작됐다”라며 “아이러니하게도 금융사가 다른 사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해당 시장에 이미 있는 회사들이 차별을 받게 됐다. 이렇게 된다면 SK텔레콤도 KT도 금융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중소 알뜰폰 업계 역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도매대가 이하의 덤핑요금제와 과도한 사은품 제공 등으로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리브엠은 예컨대, 도매대가 3만3000원인 음성·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24개월간 최저 2만2000원에 제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자 1인당 최소 24만원 손해보는 장사를 지속해온 셈이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리브엠은 2020년엔 139억원, 2021년엔 1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KB리브엠 사업의 방향이 기존 알뜰폰 시장의 목표와 맞냐부터 시작 소비자 후생을 실제 높였는지 등을 살펴볼 텐데,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이 여러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다 금산분리 규제 이슈와 얽혀 있어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위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근거해, 특례기간이 만료되는 4월까지 법령 정비의 필요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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