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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M&A 막는 알뜰폰 규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최근 미국 2위 이동통신사 ‘T모바일’이 자사 망을 쓰고 있는 알뜰폰 사업자 ‘민트모바일’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국에서는 통신 업종에서 자유로운 경쟁 환경이 조성돼 있어 알뜰폰 업체 인수를 통한 저가 서비스 확대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러나 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정부는 2012년 통신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당시 조건을 달았는데, 통신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시장 합산 점유율이 과반이 돼선 안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통신사 계열 알뜰폰 업체들은 모두 합해 50% 미만까지만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통신사 계열 알뜰폰 업체들은 SK텔링크,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 등이 있는데요.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이미 50%를 넘어서고 있는데, 일반 휴대폰 회선만이 아닌 사물인터넷(IoT) 회선까지 포함하면 그렇습니다. IoT 회선을 제외하면 30%대로 줄긴 하지만, 어쨌든 추가 가입자 확보가 눈치 보이는 상황이죠.

최근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금융 업체들은 어떨까요? 이들은 통신사 자회사들처럼 알뜰폰 점유율 규제는 받지 않고 있습니다만, 일각에선 금융사들도 똑같이 점유율을 제한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점유율 규제의 취지는 중소 알뜰폰을 보호하자는 것인데, 그렇다면 금융 대기업도 견제해야 맞다는 것입니다.

국회에선 박완주 의원이 통신사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그 계열사에까지 점유율 규제를 확대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있는 KB국민은행의 경우 대표적으로 규제를 적용받게 됩니다. 물론 아직 국민은행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의 점유율이 그리 높진 않지만 장기적으론 규제 리스크가 되겠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선 미국과 같이 통신사나 대기업이 중소 알뜰폰 회사를 인수하는 그림을 쉽게 볼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알뜰폰 가입자가 지난해 11월 기준 1200만명을 돌파해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16.4%에 달하는 만큼 시장에서 자율성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중소 알뜰폰 업체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최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중소 알뜰폰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해 알뜰폰 사업을 펼치는 것처럼, 다양한 사업자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견실한 중소 알뜰폰 업체에겐 M&A를 통해 출구전략을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하고요.

반면 통신사나 대기업이 중소 알뜰폰을 마구 인수해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도 물론 있습니다. 통신사에 망을 임대해 서비스를 하는 알뜰폰 특성상 중소 업체들은 지금도 통신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입니다. 금융 대기업의 알뜰폰 진출로 중소 업체들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호소도 있고요.

확실한 것은, 중소 알뜰폰을 보호하기 위해 점유율 규제를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먼저 이뤄져야겠죠.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공존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기업 규모와 관계 없이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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