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다양한 전자제품이 우리 곁에서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을 반복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던 기기가 어느 순간 사라지거나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부활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그 이유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설레는 대학교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해야 할 일은 어떤 게 있을까요? 가장 먼저 강의를 기록할 필기구를 마련하는 일일 텐데요. ‘캠퍼스 노트’라고 불리는 두꺼운 노트와 전공 서적을 들고 대학교 캠퍼스를 다니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캠퍼스 노트를 대체할 정보기술(IT) 기기가 등장했는데요. 태블릿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노트북보다 가벼워 휴대성이 높고, 태블릿 화면에 대고 바로 필기를 한 후 파일을 클라우드 등에 바로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인데요. 최근 중고등학교에서도 교과서 대신 태블릿을 ‘전자 교과서’처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교육 목적 이외에도 근무, 콘텐츠 감상 등 다양한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3D 렌더링, 영상 편집을 수행하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태블릿은 언제 우리 곁으로 왔을까요?
◆SF영화서 처음 나온 태블릿…소송 자료로 활용되기도
스마트폰은 전화기에서, 노트북은 정부에서 활용하던 PC에서 점차 발전해 갔죠. 그런데 태블릿의 발견은 사뭇 다릅니다. 바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작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였는데요.
영화에서는 PC보다 작고 얇은, 지금 사용하는 태블릿과 흡사한 모양의 제품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심지어 오늘날 시중에서 판매되는 ‘아이패드’와 이름도 유사한 ‘뉴스패드’라는 이름이었는데요.
여담이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이 태블릿 관련 특허 소송 당시 뉴스패드가 증거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1년 애플이 “삼성전자가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라며 미국을 비롯한 세계 법원에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죠. 이에 삼성전자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뉴스패드를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아이패드는 이미 30여 년 전에 영화 속 한 장면에 등장한 제품으로, 애플에게 특허권이 없다는 논지였죠.
또 뉴스패드가 등장했던 해 컴퓨터 과학자 알란 키가 태블릿과 유사한 형태의 시제품 ‘다이나북’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 제품은 900그램(g)에 불과한 무게에 터치스크린과 키보드를 갖추고 있었죠.
태블릿의 모태와 같은 제품이 처음 등장한 건 60년대 후반이지만, 실제 상품화된 것은 이보다 21년이 지난 1989년이었습니다. ‘그리드패드(GRiDPad)’라는 이름의 이 제품은 현대 태블릿의 모태라고 볼 수 있죠. 그리드패드는 10인치 화면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태블릿용 운영체제(OS)인 MS-DOS를 갖췄는데요. 가격은 무려 2370달러(약 305만원)로 굉장한 고가였습니다.
그리드패드는 출시 당시에는 대중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훗날 태블릿의 탄생에 지대한 도움을 끼쳤습니다.
◆90~00년대까지 태동기 거쳐 2010년 아이패드로 열린 시장
본격적으로 태블릿이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게 된 시기는 1993년이었습니다. 애플이 개인정보단말기(PDA) ‘뉴턴 메시지패드’라는 제품을 내놓으면서였는데요. 뉴턴 메시지패드는 흑백 터치스크린을 갖췄고, 스타일러스 펜으로 화면에 직접 메모를 할 수도 있었죠. 그렇지만 뉴턴 메시지패드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고, 결국 1998년 단종됐습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가 태블릿을 꺼내기도 했는데요. 당시 세계 최대 규모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시회인 ‘컴덱스 2000’에서 빌 게이츠 MS 회장은 노트북을 대체할 것이라며 태블릿PC를 선보였습니다. 당시 코드명은 ‘휘슬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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