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네이버 기술력이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올린다. 초대규모 인공지능(AI), 웹 기술 등 그간 네이버가 연구하고 상용화해 왔던 기술이 네이버 클라우드 위에서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전세계로 나갈 예정이다.
네이버는 글로벌 전략 일환으로 각 기술사업 부문을 합쳐 조직 간 유기적인 협업과 기술융합을 도모한다. 네이버는 여러 사업부서에 걸쳐 혼재됐던 AI와 기업(B2B) 사업조직을 네이버 클라우드 중심으로 통합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7일 진행된 2022년 3분기 네이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클로바CIC, 웍스모바일, 웨일, 파파고 등 각 조직의 우수한 기술역량을 집결해 인프라부터 플랫폼, 솔루션 영역까지 최적화되고 강화된 통합 사업 구조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같은 날 오후 사내 직원 대상으로 진행된 간담회 ‘컴패니언데이’에서는 “긴밀한 협업을 통해 높아질 기술 경쟁력은, 팀네이버의 넥스트 포텐(다음 잠재력)이 될 것이며, 네이버 기술이 글로벌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개편배경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향성은 네이버가 올해 1784 사옥을 공개한 후 이뤄진 최대규모 조직개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네이버는 1784 설계 첫 단계부터 이 공간을 ‘융합이 이뤄지는 기술실험장’으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지난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사옥 1784는 팀네이버 협업과 실험, 융합이 모두 진행되는 곳으로, 향후 글로벌에서 통할 브랜드를 탄생시킬 네이버의 인큐베이터”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번 통합이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한 결정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기술기업으로서 네이버 글로벌 인지도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클라우드 중심으로 통합 예정인 네이버웍스, 클로바CIC, 파파고, 웨일 등은 글로벌 시장서 기술력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미국, 싱가포르, 홍콩 등 전세계 10개 지역에 거점을 두고 영업 중이며, 네이버웍스는 일본과 동남아에서 10만곳 이상 고객사를 확보했다. 클로바CIC는 글로벌 최고수준 기술학회서 올해만 약 100개 정규논문을 소개했다. 파파고는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북미 등 글로벌시장서 지난해 대비 올해 연간 월활성이용자수(MAU) 50% 이상 성장을 기록했다. 웨일은 최근 베트남 등지에서 웹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세계적으로 클라우드 중요성이 강조되고 기술패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고려해 강수를 띄운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술 자체의 품질 경쟁력만큼이나 자사 기술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개편은 여러 기술을 글로벌 각지로 동시에 선보일 수 있는 클라우드 가교를 강화한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간 네이버웍스‧웨일 등 각 서비스는 특정 국가, 지역 단위별로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현지 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진출하는 등 사업 거점을 단계별로 늘리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클라우드 기반으로 기술이 패키지화되면, 각 서비스들은 네이버 클라우드가 가진 전세계 영업망을 활용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기 용이하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클라우드 자체의 기술 경쟁과 더불어 클라우드에서 제공되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서비스형플랫폼(PaaS) 라인업 경쟁 역시 격화되고 있다”며 “네이버는 클라우드 사업자이면서 AI 기술, 플랫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만큼, 협업 강도를 높이고 기술 포트폴리오 자체를 라인업으로 꾸리는 성장전략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엔 클라우드 상에서 인프라, 소프트웨어, 플랫폼 뿐만 아니라 AI기술까지 서비스로서 제공되는 구독형 인공지능 서비스 ‘AIaaS’까지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네이버클라우드와 클로바CIC가 협력하게 되면, 네이버클라우드 라인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많은 기업이 하이퍼클로바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네이버 초대규모 AI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조직 통합은 네이버가 보유한 기술 포트폴리오 간의 유기적 연계와 시너지를 한층 강화하는 절차”라며 “네이버 클라우드는 자체 비즈니스 경쟁력을 한층 높이면서 각 기술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본격 진출하는 가교이자 탈것(vehicle)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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