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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중국 ‘내로남불’, 찻잔 속 태풍 되지 않으려면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중국이 중국했다”

지난 4월부터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빌리빌리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에서 방영된 중국 드라마 ‘진수기’는 여주인공이 천하제일 요리사가 되겠다는 포부로 황궁에 들어가 뛰어난 요리 솜씨로 세자의 사랑을 받는다는 줄거리다.

그런데 어디선가 많이 본 이야기다. 2003년에 나온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다. 주인공 장금이 궁궐에 들어가 수라간 궁녀를 거쳐 최초 어의녀가 되기까지의 사랑과 성장을 그렸다. 때문에 진수기와 대장금 내용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K-게임도 언제나 중국의 표적이다. 게임업계는 1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는 자리에서 “중국 게임업체가 국내 유명 게임을 무단 복제 및 서비스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게임 및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보호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때만 되면 이러한 이야기가 수면 위로 나오지만,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외교부, 관련 부처 등은 이렇다 할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사이 중국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은 더욱 심해졌다.

드라마나 게임 자체를 유사하게 베끼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를 통한 동북공정이다. 이 드라마에선 한복뿐만 아니라 삼겹살까지 중국 전통문화라고 소개하고 있다. 즉, 중국이 한국 전통 복식과 음식 문화 등이 중국 문화에 속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니키’에 한복을 모티브로 한 의상이 업데이트되자 중국 네티즌이 “한복은 조선족 의상이기 때문에 중국의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던 사례, 중국 게임 개발사 ‘메오게임즈(Meogames)’에서 국내 게임 개발사 에어캡 모바일 드레스업 게임 ‘걸 글로브(GIRL GLOBE)’ 한복 브랜드 세트를 무단 도용한 사례 등 게임을 통한 동북공정 시도는 꾸준했다.

특히 중국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 누리꾼들은 문화 자체 특성을 존중하고 문화 교류에 대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황당한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 또한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국 역사 왜곡이나 문화산업 저작권 도용 등 동북공정에 대한 확실한 제재 조치 마련이 필요한 때다.

세계 최대 게임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에서 한국 게임 진출이 사실상 원천 차단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판호(중국 게임 유통 허가권) 발급도 막힌 판국에, 저작권은커녕 불법 표절로 동북공정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자국에서조차 이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분명 억울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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