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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국내 만연한 옷벗기기 게임…책임지는 곳은 없다

(사진 왼쪽) 퀴즈 정답은 오른쪽 여성 드레스를 벗겨야 나온다. 이 게임은15세 이용가다. 사진=브레인테스트-생각하는 게임 갈무리
(사진 왼쪽) 퀴즈 정답은 오른쪽 여성 드레스를 벗겨야 나온다. 이 게임은15세 이용가다. 사진=브레인테스트-생각하는 게임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연초 가장 뜨거웠던 게임업계 이슈를 꼽으라고 한다면 ‘와이푸-옷을 벗기다(이하 와이푸)’를 빼놓을 수 없다. 청소년 이용불가여야 할 게임인 데도 제도상 허점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아무 문제없이 유통됐던 일이다.

와이푸는 이용자가 여성 캐릭터와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서 이기면 옷이 하나씩 벗겨지는 게임이다. 당시 선정성 논란을 일으켰던 와이푸는 15세 이용가였던 탓에 게임물자체등급분류제도 자체가 도마에 올랐다.

지금이라고 해서 별반 달라진 건 없다. 제2의 와이푸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지금도 누구나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구글플레이 인기 게임 25위에 신규로 오른 ‘Bra Maker’는 12세 이용가로, 속옷을 디자인하는 게임이다. 29위엔 ‘브레인레이즈:까다로운 테스트’가 자리했다. 이는 퍼즐을 맞추는 식이지만 게임 답변 과정에서 옷을 벗겨야 한다. 이 또한 12세 이용가다.

‘배드 스파이더 씨프(Bad Spider Thief)’는 지난 22일 구글플레이 인기 게임 5위까지 올라간 전체 이용가다. 썸네일에선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이용해 돈뭉치를 훔치는 모습이지만, 막상 다운로드를 받고 폰 배경화면에서 앱을 보면 달라진다. 돈뭉치가 여성의 속옷으로 바뀐다. 이 게임은 여성의 속옷을 탈취하는 성인 게임이다.

이 게임은 베트남 게임 개발사 ‘ABI Global LTD’가 출시했다. 이 게임은 현재 국내 구글플레이에서 게임위 모니터링에 걸려 자취를 감췄지만, 같은 게임사 15세 이용가 ‘브레인테스트-생각하는 게임<사진>’은 500만 이상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게임성은 말할 것도 없이 저급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게임들을 국내 구글플레이 인기차트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을 만큼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썸네일 또한 직관적이어서 부모가 아이들에게 쉽게 스마트폰을 내줄 수 없게 되는 이유가 또 생겼다.

이러한 게임들은 왜 아무렇지 않게 앱 마켓을 돌아다니고 있을까.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운영 중인 ‘자체등급분류’ 제도 영향 탓이다. 한국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은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15세 이용가 ▲청소년 이용불가 등의 등급분류를 받아야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는 당국 규제 기관인 게임위가 맡고 있다. 게임위 판단이 나오지 않는 이상 앱 하나에 어떤 등급이 정확한지 알 수 없다.

게임위는 예산과 인력 한계를 이유로 구글, 애플과 같은 플랫폼 기업에 심의를 위탁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어떤 기준으로 등급분류를 실시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다. 카더라만 있을 뿐이다. 예컨대 구글의 등급 분류는 3세·7세·12세·16세·18세 등으로 나뉜다. 국내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해 전체·12세·15세·청소년 이용불가 등으로 맞추는 것이다.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은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처리할 수 없다. 게임위에 직접 신청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즉, 개발사가 설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등급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식이다. 게임위는 지난해 모니터링단을 통해 약 1만3000건 연령등급 부적정 게임물을 적발하고, 자체등급분류 사업자에게 시정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도 부족하다.

이러한 허점 속에서 아이들은 선정성 있는 게임을 접하고, “야하다”는 리뷰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규제 당국은 게임이 이번과 같은 선정성 논란에 지속적으로 휩싸인다면 다시 국민적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모바일게임 시장 확대로 국내 앱 마켓 사업자 책임 또한 더욱 커졌다는 점 또한 마찬가지다. 선정성 논란이 있는 게임이 아직도 앱 마켓을 돌아다니는 만큼, 이달 게임위가 모니터링단을 강화했다고 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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