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윤석열 당선인도 후보시절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대해 법적규제가 필요하다고 공약한 바 있으나, 최근 ‘공약후퇴’라는 논란이 나온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발표한 110개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게임을 초격차 장르로 키우겠다’는 말 한 줄뿐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게임에 대한 공약을 지난 1월부터 발표했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게임 소액 규모 피해 전담 수사기구 마련 등 게이머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줄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를 통해 2030세대 표심을 저격했고, 이대남(20대 남성)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위 공약들은 국정과제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그의 공약 전부가 국정과제로 이어지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마냥 논외하기엔, 게임 공약을 앞장서서 내세웠던 대선 후보 시절이 오버랩될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게임이 이용된, 게임 현 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이는 인사청문회 때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앞서 박보균 후보자는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중국 판호 발급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묻자 “문화와 정치는 나눠 접근해야, 양국 친선 관계가 돈독하게 다져질 것”이라며 “이를 위해 중국과 문화 친선을 확장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답한 바 있다.
현재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이 발동된 지 6년여가 지났고, 현지에선 한국 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가 원활히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펄어비스 ‘검은사막모바일’ 중국 버전만이 한한령을 뚫은 거의 유일한 게임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중국 게임이 200개 이상 출시된 것만 봐도 심각한 불균형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문턱을 높여갔다. 게임 과몰입 방지 시스템 도입부터 현지에서 허가받지 않은 온라인게임 생방송 전면 금지까지, 국내 게임사 차원에서 나설 수 있는 규제 그 이상을 실현했다. 정부 대 정부로 나서지 않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돼버렸다. 문체부 장관 후보자의 원론적인 답변은 게임 이용자는 물론 국내 게임업계 힘을 빠지게 한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과의 친선을 노력할수록 늘어나는 건 국민의 반중 감정뿐일 수도 있다. 차라리 배짱 영업을 막겠다는 답이 훨씬 나았을 지도 모른다. 지난달에만 중국 게임이 일방적으로 한국 서비스를 중단한 먹튀한 사례만 해도 2건이다. 메오게임즈 ‘꽃피는 달빛’, 디깅게임즈 ‘배틀삼국지’ 등 환불 절차와 약관은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서비스 종료 2주 전 시점에야 이를 공지했다.
공약후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윤 당선인과 게임 담당 부처인 문체부는 보다 실질적인 방안 마련에 주력해야 할 때다.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으면 한국 게임 발전은 계속해서 요원해질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결국 한국 게임기업 활력 저하와 기술 혁신 지체로 이어질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