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소(SO)는 누가 키우나요?”
2013년 초,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이하 케이블TV) 관련 정책을 어느 부처에서 할 것이냐를 놓고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한창 뜨거웠을 시기에 등장했던 유행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업무가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나눠지면서 통신은 미래부, 방송은 방통위로 나누는 방안이 유력하게 진행됐으나 케이블TV의 규제관할권을 어디에 두느냐를 놓고 여야가 치열하게 다퉜다.
이러한 상황에 비유해 SO를 소리나는대로 읽은 “소(SO)는 누가 키우냐”는 유행어가 만들어졌고 이는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결국 ‘소(SO)’를 비롯한 유료방송업무는 미래부에서 담당하게 됐고, 현재는 과학기술정부통신부(과기정통부)의 관할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SO 대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이 자리를 채울 전망이다.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소비할 수 있게 한 OTT 등장은 방송·미디어업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꿨다.
특히 ‘오징어게임’과 같은 K-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흥행은 국내 OTT 사업자들의 글로벌 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문제는 현 OTT 정책이 과기정통부·방통위·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로 산재돼 있어 중복·과잉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지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선 난데없이 국내 OTT 서비스 간 통합 얘기가 나오더니 최근엔 OTT도 방송발전기금을 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업계의 숙원이던 콘텐츠 세제 지원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미디어 컨트롤타워가 꼽힌다. OTT 업계 역시 그동안 지속적으로 미디어 콘텐츠·플랫폼을 통합적으로 다룰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방향성은 오리무중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미디어의 진흥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담당할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과학기술교육분과와 문화분과 인수위 2개의 분과에서 각각 ‘미디어컨트롤타워’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새 정부에서도 미디어 거버넌스 싸움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상황이다.
다시 9년 전 ‘소(SO) 키우기’로 돌아가면, 당시 케이블TV 업계에선 정치권의 다툼이 계속되자 우리가 동네북이냐”는 자조섞인 한탄이 나왔다. OTT 업계도 같은 심정이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규제도 지원도 없이 내버려뒀으면 하는 것이 속마음이다. 부디 OTT는 정부조직개편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OTT는 누가 키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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