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새로운 통합적 미디어 규제체계에 부합하도록 미디어 기금 관리운용체계를 통합해 포괄적 기금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형평성을 고려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 등에도 기금 부과 의무가 주어져야 한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2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칭) 통합미디어기금 확대 및 운용 합리화를 위한 정책 방안 세미나’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홍원식 교수는 나아가 “새롭게 논의되는 통합적 미디어 규제체계에 맞게 기존 방송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 정보통신진흥기금(이하 정진기금), 영화발전기금(이하 영진기금) 등으로 분리돼 운용되던 것을 통합해 포괄적 기금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재 미디어 관련 기금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관리주체인 방발기금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관리하는 정진기금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용하는 영진기금 등이 있다. 업계 일각에선 징수대상과 징수율이 각각 다르다보니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실제 방발기금은 방통위가 지상파와 종합편성·보도채널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과기정통부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IPTV 및 위성방송 등에 징수를 하고 있는데 징수율 산정도 제각각이다.
그동안 방발기금의 성격은 주파수 할당 및 배타적 사업권(라이센스)에 따른 ‘초과이익 환수’ 성격으로 해석돼 왔으나,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이제는 방송의 공적과제를 위한 재정 조달 목적의 ‘특별부담금’ 성격으로 해석해야 된다고 홍 교수는 봤다.
이에 따라 OTT와 포털 사업자 등 방송영상콘텐츠 산업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주요 플레이어들도 새롭게 징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방송산업의 주도권이 달라지면서 IPTV와 MPP 주도 방송 산업으로 재편되면서 기금으로 지상파 방송의 초과수익을 회수한다는 근거가 약화됐다”면서 “그런데 MPP의 방송영상콘텐츠 시장 영향력 증가에도 기금 징수 대상에서는 제외되는 딜레마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과 대상 형평성을 고려해 글로벌 기준에 맞게 OTT 사업자에 대한 부과 의무도 있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OTT 업계 등은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난감할 수밖에 없다. 지상파 방송처럼 공적 역할이 명확한 레거시 미디어와 달리, OTT는 엄연히 사적 영역에 있기 때문에 기금 부과의 정당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OTT 사업자에는 현실적으로 기금을 부과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국내 사업자들에만 금전적 부담을 지운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에서도 OTT 등 사업자를 포함하는 징수 대상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신규 사업자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곽동엽 방통위 재정팀장은 “방발기금과 정진기금은 방송통신 융합환경에서 목적과 재원, 사업범위가 유사하기 때문에 방통위 입장으로서도 기금 운용 신축성이나 효율성 제고 및 체계적 관리를 위해 기금 통합 필요성에 동의한다”면서 다만 “영진기금은 산업적 긴밀도를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팀장은 “OTT 사업자에 기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방송통신 진흥 지원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고 OTT 업계도 수혜를 받는다는 측면에서 그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정책적으로 OTT 기금 부과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신규 사업자에 금전적 부담을 지우는 거라 광범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성옥 경기대학교 교수는 기금 운용과 관련해 규제기구가 분산돼 있는 환경을 우려했다. 윤 교수는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 규제기구가 두 부처로 쪼개져 아무 정책도 추진되지 못한 대표적인 게 방발기금 정책”이라며 “기금 운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면 누구한테 따져야 하는지, 결국 아무도 책임이 없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고인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팀장은 “기금 징수 관련해 부과 기준을 수립할 때 광고매출이나 방송서비스매출, 결산상 영업이익 등 기준이 다 다르다보니 각 사업자마다 정당성 논란이 있다”면서 “부과 기준도 하나로 통합하고 징수율은 사업자에 따라 조금씩 차등을 둘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