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방 IT기업들의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러시아 정부와 기업들은 자구책을 마련하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예를들면 러시아 당국은 ‘마이오피스’(MyOffice)와 같은 자체 개발한 업무용 SW의 활용도를 크게 높이거나 얀덱스(Yandex), 액티브클라우드(ActiveCloud)를 비롯한 러시아 현지 클라우드 기업들에게 상황에 대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기존 서방 IT기업들과 비교해 러시아 토종 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 품질은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중국의 IT기업들의 서방 IT기업들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와관련 클라우드서비스 제공업체로 중국의 알리바바그룹, 텐센트(Tencent)가 거론되고 있다. 또한 중국의 통신 네트워크기업인 화웨이(Huawei)도 2021년 모스크바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사례를 들면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성이 없다는 반론이 더 많다. 이들 중국 IT기업들도 주로 하드웨어 기반의 회사들로 핵심적인 운영 소프트웨어(SW)는 여전히 서구의 IT기업들이 꽉 쥐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중국, IT힘 합쳐도 큰 파괴력없는 이유
지난 2021년6월, 중국 IT기업 화웨이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ARM’ 프로세서 기반의 데이터 센터를 열었다. 화웨이가 러시아와 함께 ‘지능형 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러시아 과학계는 이 시설을 활용해 오픈 소스 솔루션과 슈퍼컴퓨팅 개발이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러시아측은 각종 오프 아키텍처 기반의 자체 개발한 SW들을 테스트하고, 하웨이도 또한 이 시설에서 글로벌 서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x86아키텍처와 경쟁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 했다.
러시아의 공공기관들은 러시아 기업들과는 달리 전통적으로 미국의 IT 의존도가 커지는 것을 피해왔다. 과거 냉전시대를 거친 경험때문인지는 몰라도 미국의 IT 기술 의존도가 커지는 것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나중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는 중국과 비교적 활발하게 고성능 ARM 코어를 활용 빅데이터, 가상화시스템, 데이터베이스(DB), 스토리지시스템과의 연구를 진행했고 긍정적인 결과도 얻었다.
그러나 이런 두 나라의 노력 자체가 더 이상은 어렵게 됐다. 영국이 경제제재에 동참함에 따라 영국 기업인 ARM이 더 이상 러시아에 고성능 프로세스를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때문이다. 중국이 IT부문에서 러시아를 도와준다고해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화웨이는 미-중 무역갈등이 이후 TSMC가 미국의 압력에 따라 회사를 철수한 후 칩 제조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화웨이는 대부분의 주문을 중국 반도체기업 SMIC로 옮겼으나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장비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 상무부, “러에 첨단물품 반입시키면 블랙리스트 올릴 것” 경고
중국 IT기업들이 서구 IT기업의 부품이나 SW, 반도체 등을 러시아에 반출하다 적발되면 문제가 훨씬 더 커진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발표를 통해, FBI(미 연방수사국)이 나서서 조사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로 군수용품이나 첨단 전략제품을 반출하다 적발될 경우 해당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사실 구체적으로 언급만 안했을뿐 중국에 한 경고다.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IT기업들은 기존 서방 IT기업들과의 거래마저 중단될 가능성이 높고 동시에 미국 시장에서 당분간 비즈니스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사례는 다르지만 이미 지난 4년간 지속된 미-중 무역갈등속에서 화웨이 등 몇몇 중국 IT기업이 적지않은 고통을 겪었다.
‘최첨단 IT’ 통제를 통한 제압, 기술 패권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강력한 옵션임이 이번 러-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