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후 박가람 변호사] 네이버, 카카오, 토스를 비롯한 테크 기반의 기업들이 산업 각 분야에 진출함에 따라, 이제 현대사회는 디지털시대를 넘어 빅테크시대에 들어섰다. 비단, 유명 빅테크 기업만이 아니라 여러 스타트업 회사 역시 테크를 기반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는데, 테크 기반의 스타트업 회사들이 직면한 과제는 정보의 확보다. 가령, 특정 소비자가 자주 가는 곳이 어디인지 특정 재화를 주로 사용하는 소비자는 어떤 특징을 갖는지에서부터 시작해 AI기술 접목을 위한 여러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의 위치정보를 비롯한 각종 정보와 취향 등은 재화를 생산하는 기업과 판매·유통을 하는 기업에게는 마케팅 자원이 되고, 해당 기업의 마케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효율성이 극대화된 테크 기반의 데이터분석 업체의 도움이 필요해진다. 결국, 소비자의 정보가 기존의 생산·유통기업과 테크 기반의 업체 모두에게 필수불가결한 자원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런데, 소비자의 정보는 모두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수집되고 있을까.
개인정보 무단 수집의 문제
외신에 따르면, 2019년경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에서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앱 1325개가 사용자의 개인정보 수집 권한 요청 시 '아니오' 등을 택하더라도 무단으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사용자의 위치 정보, 통화 기록 등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해당 앱이 나의 정보를 수집하는지에 관하여 전혀 알 수가 없다. 위의 사실 역시 UC버클리, 앱센서스 마드리드카를로스 3세대 연구진이 공동 작성한 논문을 통해서야 밝혀진 사실이다. 문제는 정보주체인 사용자가 자신의 정보가 수집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할 수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비화되어 포랜식 수사 등의 본격적인 수사가 이루어지거나, 특정 연구 목적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는 한 사용자들은 영영 이 휴대폰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수조차 없다. 해서, 기업의 윤리의식에 기대지 않고는 소비자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방어할 수단이 전무하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대륙법계인 우리나라에서는 영미법계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소극적인 탓으로 기업에 적극적인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된 나라에서는 빅테크기업들에 대한 집단소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구글의 글로벌 영상 플랫폼 유투부가 13세 이하 어린이 500만 명의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는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해 있고, 오라클과 세일즈포스가 유럽연합개인정보보호규정을 위반하여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소비자들의 쿠키를 통해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했다는 사실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소송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소비자의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사례
2012년경 미국에서 화제가 된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대형마트 중 하나인 타겟은 빅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으로 유명한데, 2012년경 미성년자인 고객에게 유아용품 할인쿠폰을 발송한 일로 고객에게 사과를 해야만 했다. 미성년자 고객이 영양제를 구입한 이후, 다시 로션을 구매하자 임산부의 상품 구매 패턴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할인쿠폰을 발송하였다가 고객과 고객의 부모에게 사과를 한 사례이다. 그러나, 이후 해당 고객의 임신 사실이 밝혀지면서 유통업계의 좋은 마케팅 방안으로 회자된 바 있다.
그런데, 기업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사례는 우수한 마케팅 사례가 될 수 있을까. 내가 구매한 물품을 바탕으로 앞서 구매가 필요한 적절한 제품을 권유해주거나 할인쿠폰을 발송하는 행위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이득일 수 있으나, 누군가 나의 사생활의 영역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불쾌한 느낌을 줄 수도 있고, 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타인에게 알려지기 원하지 않는 민감정보가 알려질 수도 있다.
빅테크시대, 정보는 재화
빅테크시대의 도래와 맞물려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할 방법과 방안은 정보의 주체인 개인이 아닌 기업에 오롯이 쏠려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통해 소비자 개인의 손해를 적극적으로 배상받을 수 있다면, 정보주체인 개인을 위한 테크 시장 역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개인정보를 비롯한 모든 정보는 재화라는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 '하나하나 다 신경 쓰면 할 수 있는 게 없어'라든가, '어차피 우리 주민등록번호는 돈으로 다 살 수 있다더라'와 같은 자조적인 인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 역시 사용자의 정보가 재화라는 전제에 기반하여, 정보제공을 이유로 한 반대급부를 지급해야 한다는 인식과 사용자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는 불법행위 등은 기업의 존폐를 좌우할만한 주요한 사안이라는 인식이 보다 분명하게 자리잡혀야 할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와 관련한 판례와 법리가 계속해서 발전해가는 추세에 맞춰, 사업 수립 초기 단계나 마케팅 전략 수립 단계에서부터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