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후 지현주 변호사] 제품 판매의 대표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꼽히는 영상 광고. 기존 영상 광고가 유명인이 출연하여 단순히 제품 설명, 홍보만 한 것과 달리, 최근 영상 광고는 단순 홍보를 넘어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 흡입력을 갖춘 또 하나의 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유튜브에 재밌는 광고 영상만을 모아놓은 채널이 있는가 하면, 인상 깊은 광고의 장면은 '밈'이 되어 TV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기도 하고,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광고는 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한다.
이처럼 단순 홍보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높은 가치를 갖게 된 영상 광고는 표절의 위험에서 자유로울까? 표절로부터 영상 광고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수단에 대하여 알아보자.
저작권 침해의 가능성
영상 광고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➀ 침해 대상이 되는 영상 광고가 창작성 있는 저작물로 인정되어야 하고, ➁ 침해를 주장하는 자가 영상 광고의 저작권자이며, ➂ 침해의 상대방이 영상 광고를 이용하여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한 사실이 입증되어야 할 뿐 아니라, ➃ 침해자의 영상 광고가 원저작물을 이용하여 제작되었다는 점(의거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➄ 무엇보다 각 영상 광고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저작물 여부의 인정에 대하여 대법원은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에서 말하는 창작물이라 함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을 말하고 여기서 창작성이라 함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한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이므로,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도965 판결 등).
또한 저작권 침해 판단에 관하여 대법원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무단히 복제하게 되면 복제권의 침해가 되는 것이고 이 경우 저작물을 원형 그대로 복제하지 아니하고 다소의 수정·증감이나 변경이 가하여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창작성을 더하지 아니한 정도이면 복제로 보아야 할 것이고, 한편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2차적저작물로 보호받기 위하여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이것에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어떤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을 다소 이용하였더라도 기존의 저작물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는 별개의 독립적인 신 저작물이 되었다면, 이는 창작으로서 기존의 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저작물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실질적 유사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7다63409 판결)
이러한 실질적 유사성 판단의 기준으로 대법원은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대비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하는바, 구체적으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말·문자·음·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하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므로, 복제권 또는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태도이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9다16742 판결 등).
즉, 기존의 영상 광고를 모방, 표절한 영상 광고의 제작 행위가 저작권 침해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저작권 침해의 요건을 각 판단하여 원저작물의 창작성과 의거관계, 실질적 유사성, 저작권 침해행위 등이 인정되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 성립의 가능성
만일 모방, 표절이 의심되는 영상 광고와 원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아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에서 규율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여 광고 사용 금지·폐기는 물론 손해배상의 책임까지 질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은 광고 콘티의 구성방식, 구체적 설정을 모방한 사안에서 "광고용역 결과물 중 '(브랜드명 생략)'라는 네이밍과 이 사건 콘티의 구성방식. 구체적 설정 등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차)목의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원고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이고, 같은 호 (카)목의 원고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이며), 이러한 피고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부정경쟁행위로서 거래과정에서 취득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원고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피고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한 행위에 해당하거나, 같은 호 (카)목의 부정경쟁행위로서 원고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피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원고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광고에 관한 전송 등을 금지하고 이 사건 광고를 폐기할 의무와 '(브랜드명 생략)'라는 네이밍이 포함된 표장의 표시·사용을 금지하고 그 표장이 표시된 물건을 폐기할 의무가 있으며, 피고의 부정경쟁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고의 손해액은 원고가 이 사건 광고용역에 투입한 시간과 인건비의 대략적 규모, 원고의 이 사건 광고용역 수행 경위와 중단 경위, 피고가 위 정보 내지 성과를 이용한 정도 등을 종합하여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에 따른 상당한 손해액으로 5,000만 원을 인정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0. 7. 23 선고 2020다220607 판결).
즉, 법원이 명시적으로 영상 광고의 '콘티의 구성방식, 구체적 설정'을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보호하는 아이디어 및 성과로 인정하였을 뿐 아니라 이러한 영상 광고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처럼, 영상 광고는 이제 단순 홍보 매체의 역할을 넘어 영상 제작자의 성과로서 법적인 보호를 받게 되었다. 이를 통해 광고계에서 암암리에 허용되던 무분별한 모방, 표절을 방지할 수 있는 보호장치가 마련됨은 물론, 우리나라 광고계의 건전한 발전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