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이승기 폴리 아티스트, 김민규 리니지W 사운드TF장 인터뷰 -리니지W가 타 엔씨 게임보다 더 친절하게 느껴지는 이유, 사운드에 답 있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지난 11월4일 출시 첫날 40만명 접속, 지난 11월 한 달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정상,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 매출액 2000억원대, 지난 10월 한 달 거래액 461억원, 서비스 18일차에 벌어진 누적 이용자 간 전투(PvP) 총 횟수 1383만9604번.
엔씨소프트(이하 엔씨) 최신작 ‘리니지W’가 짧은 기간임에도 정상에 올라갔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치다. 리니지W가 국내외 게임 이용자(게이머)에게 주목받을 수 있었던 건 비단 리니지 IP나 TV 광고 때문만은 아니다. 그래픽과 사운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엔씨가 ‘사운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게임 몰입도를 높여주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사운드 관련 개발자도 빼놓을 수 없다. 개발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했다. 이용자 몰입감을 높여주기 위해 리니지W만의 새로운 사운드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 물건에서는 이런 소리가 난답니다”=이승기 엔씨사운드 폴리(Foley) 아티스트<사진 오른쪽>는 지난 14일 <디지털데일리>를 만나 블레이드앤소울2, 아이온, 리니지 등 다양한 게임 세부 사운드를 만들어낸 엔씨 폴리 스튜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폴리 스튜디오는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게임 등 영상콘텐츠 사운드를 실시간 제작할 수 있는 효과음 음향 녹음 시설이다. 폴리 스튜디오는 이렇게 발생한 효과음 등을 채집하기도 한다. 엔씨 폴리 스튜디오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만들어진 공간이어서 더 유명하다.
이승기 폴리 아티스트는 “영화 작업을 주로 많이 하는 외부 폴리 스튜디오와의 차이점은 실생활 도구가 많고 적음으로 나뉜다”며 “일반적으로 보통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컵·스마트폰 등이 외부에 많지만, 엔씨에는 게임 및 무협이나 판타지 관련된 사운드를 상당 수 작업해야 되다 보니 실생활 도구보다는 무기나 갑옷, 칼 등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게임에 실존하지 않는 세계를 구현해야 하기에, 해당 세계 속에서 발생할 법한 모든 사운드 또한 새롭게 구성해야 된다. 이 때문일까. 엔씨 폴리 스튜디오에는 나무판자와 철자로 만든 소리 악기부터 여러 종류의 칼, 활, 해머, 실험용 플라스크, 쇠막대기 등 다양한 물건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드라이아이스에 해머를 누르면 특유의 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한다. 이들을 활용해 두드리고 비비고 던지자, 게임 효과음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옷으로도 여러 종류 소리를 만들 수 있다. 옷을 빠르게 세게 ‘탁탁’ 털어내자 날카로운 ‘펄럭’ 소리가 났다. 반복적인 소리에 눈을 잠시 감자, 빠르게 움직이는 게임 캐릭터 모습이 바로 연상됐다. 옷 주머니를 손에 쥐고 수건을 짜는 듯한 시늉을 했을 뿐인데 눈을 밟는 소리가 났다. 이승기 폴리 아티스트는 이처럼 생동감 있는 캐릭터 움직임을 위해 군복과 치마, 한복, 무스탕 등 갖가지 옷을 활용해 다양한 소리를 구현하고 채집한다고 설명했다.
이승기 폴리 아티스트는 “리니지2M이나 블레이드앤소울2 등에서 캐릭터(이용자)가 검으로 무엇인가를 벨 때의 칼 타격음을 잘 살려내기 위해 피 소리를 거의 동반한다”며 “이를 위해 대표적으로 붕어, 멍게 등 각종 해산물을 사용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작업 중 하나다. 소리 녹음을 위해 과격하게 다뤄야 하고, 냄새가 꽤 오래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니지W, 이용자 친화 위해 사운드 개발에 주력=이승기 폴리 아티스트를 비롯해 엔씨 폴리 스튜디오가 최근 작업을 활발히 한 타이틀은 리니지W다. 김민규 리니지W 사운드TF장<사진 왼쪽>은 콘셉트에 맞는 표현 등 폴리 스튜디오와 아이디어를 가장 활발히 주고받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수많은 사운드 개발을 위한 작업이 오랜 시간을 통해 좋은 결과물로 나온다는 믿음에서다.
이 폴리 아티스트는 “리니지2M 경우 공속이 굉장히 빠른 점을 사운드로 구현하고자 했고, 블레이드앤소울2에선 소리만 들어도 검은 베는 느낌, 주먹은 때리는 느낌이 나게끔 했다”며 “리니지W 또한 스타팅하며 어떻게 만들지부터 생각하며 차별화를 부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에 리니지W는 사운드를 통해 리니지 고유의 타격감을 갖게 됐다. 리니지 피격음은 ‘음성’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리니지W 역시 전투 시 피격음에 캐릭터별 특징을 담아 고유의 타격감을 느낄 수 있게 구현했다.
김민규 리니지W 사운드TF장은 “리니지W는 클래스별 사운드 개발에도 집중했는데, 이용자는 듣기만 해도 어느 정도 게임 속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아이템 능력치를 상향시키거나, 피격을 받을 때 등 플레이하는 동안 소리를 켜고 들어본다면 몰입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용자는 사운드 프리셋 기능을 통해 플레이 상황에 맞춰 원하는 설정을 활용하거나 청취 환경에 따라 음색과 다이나믹 레인지를 조정해 보다 최적화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장시간 플레이에 따른 청각적 피로도를 고려해 그에 맞는 완화 기능까지 적용됐다.
각종 사운드 장치를 통한 이용자 배려 부분도 돋보인다. 자동 사냥은 게임 시스템 속 중요 요소로 부각되는 가운데, 개발진도 이에 맞춰 이용자 편의성을 최대한 높이고자 사운드 옵션을 더했다. 이용자간 대결(PvP) 상황에 돌입했을 때 전용 배경음악(BGM)도 재생된다.
김 사운드TF장은 “사운드 자체는 수동 컨트롤로 플레이할 때나 각종 플랫폼으로 게임을 즐길 때도 모두 특성이 다르며, 이용자가 청취할 때 주파수 등이 또 다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까지도 고려해 최종 심의 마스터링 작업을 진행하는 등 조금씩 차별점을 두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차별점을 두기 위한 고민은 이승기 폴리 아티스트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 폴리 아티스트는 색다른 마이크 사용 방법을 연구 중이다. 똑같은 사운드일지라도 마이크 상황에 따라 새롭고도 다르게 녹음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다. 바람이 부는 소리, 연필로 글을 쓰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 자율감각 쾌락반응(ASMR) 같은 자극을 줄 수 있는 소리에 모험하고 있다.
이 폴리 아티스트는 “소리 창작 영감을 위해 유튜브나 흥행 영화, 게임도 다수 찾아보고 있다”며 “또, 여러 방식으로 다양한 소리를 녹음하며 경험치를 쌓아올리고 있는데, 이는 추후 다른 게임 사운드 창작에 있어 아이디어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운드TF장은 “폴리 스튜디오를 비롯해 여러 사운드 관련 직군이 모인 엔씨사운드는 게임업계 사운드 개발로는 단연 최고”라며 “이와 동시에 현재 위치에서 만족하지 않고 모두가 항상 더 좋은 사운드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 게임 이용자가 사운드를 통해 좀 더 몰입도 높은 플레이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