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둘러싼 망 사용료 갈등이 첨예하다. 콘텐츠사업자(CP)가 인터넷사업자(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팽팽하다. 넷플릭스는 이 문제로 국내 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와 소송까지 치르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당한 논리근거와 합리적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것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넷플릭스가 촉발한 망 사용료 논쟁과 관련해 오해와 진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SK브로드밴드를 대상으로 ‘채무부존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서 ‘채무’란 ‘망 사용료’에 대한 것을 의미한다. 즉, 자신들은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음을 법원이 확인해달라는 소송인 것이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로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라는 게 있다. OCA는 넷플릭스가 2011년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로 자체 구축한 캐시서버다. 한마디로 ‘트래픽 절감 솔루션’이 적용된 ‘콘텐츠 저장고’인 셈인데,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트래픽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엄청난 트래픽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네트워크장비 공급업체인 샌드바인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기준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에서 단일 기업인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이른다. 국내만 해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의하면 넷플릭스발 트래픽은 전체의 5%에 달한다.
비판이 커지자 넷플릭스는 OCA를 만들었고, 국내외 인터넷제공사업자(ISP)들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142개국에 1만4000개가 넘는 OCA를 설치했고, 여기에 10억달러 이상 금액을 지출했다. 이는 OCA를 통해 ISP들의 망 부담을 경감시켰으니, 자신들은 망 사용료를 낼 필요 없다는 논리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국내 ISP들의 생각은 다르다. 만일 넷플릭스가 요구하는 대로 국내에 OCA를 설치한다 하더라도, 이는 ISP들의 망 부담을 전혀 줄여주지 못하며, 오히려 OCA를 설치해서 이득을 보는 쪽은 넷플릭스뿐이라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일본과 홍콩에 OCA를 두고 있다. 여기서 한국과의 해저케이블을 타고 들어와 국내에서 다시 국내 통신사망을 이용한다. 국내에선 LG유플러스만이 OCA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를 제외하면 서버구간은 ▲일본·홍콩과 한국 사이 ‘국제구간’ ▲국내 백본망에서 최종 가입자망까지 ‘국내구간’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OCA를 설치하게 되면 일본에서 한국 캐시서버까지 국제구간에서 트래픽이 크게 감소되는 것은 사실이다. 넷플릭스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약 95%가량의 트래픽이 절감된다. 문제는 국내구간이다. 국내 가입자들의 요구에 따라 콘텐츠가 전송되는 국내구간에선 트래픽 규모가 변하지 않는다는 게 ISP업계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넷플릭스가 어디에 캐시서버를 두더라도, 막상 국내 이용자에게 소통되는 인터넷망(백본망+가입자망)에서의 트래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OCA를 해외에 설치하든 국내에 설치하든 관계없이 망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국내 캐시서버에서 각 이용자단에 이르는 전송 구간에 대한 책임까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질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용자 접점에 캐시서버를 구축하는 것이 최선이며, 그 이후는 ISP의 몫이라는 것. 넷플릭스 관계자는 “일반적인 CDN과 달리 OCA는 스트리밍에 최적화된 기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구글과 넷플릭스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국내외 CP는 국제구간과 국내구간에 대한 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는 국내구간에 대한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으며, 메타(구 페이스북)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 또한 국제구간과 국내구간 모두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역시 CDN 업체를 통해 국내 ISP들에 간접적으로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또한 이에 대해서는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넷플릭스의 채무부존재 소송 1심 재판부는 “원고(넷플릭스)는 피고(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인터넷 망 접속 등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원고는 피고에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