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가 국내 망 사용료를 회피하면서 ‘망 무임승차’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이와 같은 글로벌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 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지난 9일 전체회의를 통해 김영식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비롯한 미디어·통신 법안 54개를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일괄 회부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넷플릭스법은 ‘부가통신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자 망을 이용해 인터넷접속역무를 제공받음에도 인터넷접속역무 제공에 필요한 망의 구성 및 트래픽 양에 비춰 정당한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구글·넷플릭스 등 대형 CP의 서비스가 국내 인터넷 트래픽 발생량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터넷망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이들이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고 있다는 게 이 법안의 문제의식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경우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며 SK브로드밴드에 채무부존재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넷플릭스는 1심에서 재판부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지만 현재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웨이브·티빙 등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는 물론 디즈니와 애플 등 해외 OTT들도 국내에서 망 사용료를 내고 있거나 낼 계획이 있다고 발표했는데도,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거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면서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OCA(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로는 국내 망 혼잡성을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이제 공은 국회에 넘어왔다고 생각한다”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법이 통과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조기열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정당한 이용대가’라는 용어는 명확성 원칙을 위반할 수 있고 ▲사법부를 통해 진행 중인 민사 분쟁에 대해 행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권력 분립에 적절치 않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또한 ▲트래픽 양 등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에 한해 이용대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헌법상 위배 소지가 있다고 봤다.
국회 관계자는 그러나 “‘정당한’이라는 용어는 공정거래법을 비롯해 다수 법에서 이미 통용되고 있고, 시행령 등을 통해 단서를 구체화할 수 있는 문제”라며 “민사 분쟁에 행정부가 개입한다는 지적 역시 아직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최종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므로 소급 입법의 문제도 없다”고 봤다.
트래픽 양 등을 감안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에 한해 의무를 부여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규모 사업자에 한하지 않으면 자칫 혁신 스타트업의 출현과 성장을 저해할 여지가 있다”면서 “다만 형평성 측면에서 헌법상 위배 소지가 있는 것은 맞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추후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글로벌 CP가 국내 ISP에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원칙은 여야가 공통으로 동의하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법 추진이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도 점친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지난 3일 방한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부사장과 만난 뒤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업자와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망사용료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법으로 강제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