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둘러싼 망 사용료 갈등이 첨예하다. 콘텐츠사업자(CP)가 인터넷사업자(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팽팽하다. 넷플릭스는 이 문제로 국내 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와 소송까지 치르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당한 논리근거와 합리적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것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넷플릭스가 촉발한 망 사용료 논쟁과 관련해 오해와 진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망 사용료 분쟁을 바라보는 일부 이용자들은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SK브로드밴드에 가입한 이용자들이 이미 인터넷 요금을 내고 있는데, 넷플릭스로부터도 망 사용료를 받는 것은 이중 수취가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넷플릭스도 이런 논리에 편승해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이 같이 반박한다. 일단 일반 이용자와 기업은 애초에 다른 회선을 쓴다는 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예컨대 일반 이용자가 가정에서 인터넷을 쓰다가 쇼핑몰 운영을 시작해 트래픽이 증가했다면 기업회선으로 변경해야 한다. 각 가정에서 발생하는 트래픽과 기업 또는 사업체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은 그 규모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요금 책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용자 A가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보기 위해 다운로드를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트래픽은 이용자 A의 몫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이용자 A에게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일본에 설치해둔 캐시서버에서 한국과의 해저케이블을 타고 들어와 국내에서 국내 통신사망을 이용한다. 국내 통신사망을 이용하는 부분에 대해선 넷플릭스가 별도로 대가를 내야 한다. 이게 SK브로드밴드의 논리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넷플릭스는 국내 트래픽의 4.8%를 차지하는데, 이는 구글 다음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단일 기업이 발생시키는 트래픽으로선 상당한 규모다.
SK브로드밴드가 요금을 이중 수취하려 한다는 넷플릭스의 논리는 통신 사업이 기본적으로 양면 시장 구조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네트워크 시장에서 인터넷제공사업자(ISP)는 플랫폼 사업자에 해당하며, 최종 이용자뿐만 아니라 콘텐츠제공사업자(CP) 역시 또 다른 ‘이용자’다. 이것이 양면 시장적인 구조다.
SK브로드밴드는 “양면 시장에서 망 사업자들이 망을 이용하는 ‘이용자’인 최종 이용자와 또 다른 ‘이용자’인 CP로부터 각각 대가를 수취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거래원칙”이라며 “망 사업자들은 요금을 두 번 받는 것이 아니라, ‘두 그룹’의 이용자로부터 각각 요금을 정당하게 수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법원도 이에 대해선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었다. 넷플릭스가 제기한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소송과 관련해 지난 6월 1심 재판부가 내린 판결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망을 통해 콘텐츠를 전송한 것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넷플릭스의 ‘적극적 행위’인 것이고 따라서 넷플릭스는 인터넷 망을 이용하는 것이라 봐야 한단 것이다.
재판부는 “신용카드 회사가 신용카드 회원인 소비자로부터 연회비를 수취하고, 가맹점으로부터도 결제 수수료를 지급받는 등 동일한 서비스에 관해 양 당사자로부터 이용대가를 수령하는 형태의 다면적 관계는 현대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예를 들었다. 통신 사업의 양면 시장적 구조도 이와 다르지 않단 판단이다.
이러한 이유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을 비롯해 디즈니와 애플 등 다른 글로벌 CP들 또한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합산 1000억원가량 망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와 애플 역시 CDN 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넷플릭스는 1심 재판부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은 상태다. 그리고 최근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은 내달 23일 첫 변론 기일을 시작으로 본격화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