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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쏘아올린 공…플랫폼 M&A 규제에 스타트업계 ‘난감’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논란이 정부의 플랫폼 인수합병(M&A) 규제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술렁인다. 규제는 일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국내 플랫폼 기업과 스타트업들의 활동영역을 좁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가 물 들어오자 노 젓는 식으로 규제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말부터 공정거래법 시행령 수정으로 기업결합 심사 대상이 확대된다.

원래는 합병 대상 2개 회사 중 1곳의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이고 나머지 1곳의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일 경우에만 대상에 들었지만, 시행령이 수정되면 거래금액(인수비용)이 6000억원 이상이면서 플랫폼 이용자 수가 월간활성사용자(MAU) 기준 100만명 이상일 경우에도 기업결합 신고 기준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주요 플랫폼 기업이 다른 플랫폼을 인수하거나 스타트업을 흡수합병하는 경우 정부의 M&A 규제 사정권에 들게 된다.

정작 스타트업계는 그러나 우려스러운 눈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급변하는 플랫폼 생태계에서 스타트업의 생존방식 중 하나가 엑시트 전략인데 자칫 정부의 규제가 이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스타트업이 엑시트로 투자금을 회수해 또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하는데, 무작정 장벽을 높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정부가 인수합병 기준을 바꾸겠다는 건 이해하지만, 문제는 지금 시장의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과거 제조업 시대 잣대로 M&A를 규제만 하게 되면 국내 스타트업은 오히려 해외에 피인수되고 결국 좋은 기술이 다른 나라에 유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공정위가 최근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방치했다는 논란이 일자 이 같은 규제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그동안 공격적인 M&A로 대리운전·꽃배달 등 소상공인 업종에 진출해 결국 갑질 논란을 낳았다. 이 과정에서 기존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 들지 않아 정부가 제때 제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거꾸로 카카오가 공정위의 무리한 규제 정책을 부추기는 빌미가 됐다는 시선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이라든지 M&A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다”면서 “그런데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으로 인해 플랫폼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칼을 갈던 공정위가 규제를 밀어붙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정위는 이르면 내년 초 온라인플랫폼 기업의 기업결합 심사 기준도 아예 재정비할 방침이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판단을 새로이 하는 ‘온라인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 지침’도 제정해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한다. 공정위는 이미 온라인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기업결합 심사 기준 확대와 관련해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해 핵심 기술을 공중분해 시키는 이른바 ‘킬러인수’를 막자는 취지”라며 “인수 규모가 6000억원 이상이 되는 빅딜은 잘 없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과 스타트업의 건전한 M&A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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