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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스토리지 ‘중기간 경쟁제품’ 재지정 “문제 많다”…외산업계 반발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서버·스토리지의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하 중기간 경쟁제품)’ 재지정을 놓고 외산서버 및 중소유통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서버의 경우, 한국컴퓨팅산업협회에서 신청한 제품 스펙이 국내 전체 x86 공공 시장의 99%를 차지하는 2소켓 CPU 제품 전체로 확장됐다. 외산업계는 협회의 신청안대로 지정된다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특정 기업으로의 매출이 쏠려있는데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서버의 주요 부품 수급이 어려워진 만큼, 만약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공공기관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 오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서버 및 디스크어레이(스토리지) 품목의 중기 간 경쟁제품 지정 관련 조정협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 조정협의(회의)는 연말 서버 및 스토리지의 중기 간 경쟁제품 재지정 심사를 앞두고 반대의견(이의신청)이 접수됨에 따라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을 위해 마련됐다.

서버 및 스토리지는 지난 2014년 한차례 지정 제외된 이후 2016년 처음으로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됐다. 서버의 경우, 2016년부터 2018년까진 x86 아키텍처 기반 CPU E3~E5(인텔 기준) 클록 속도 2.1GHz부터 2.5GHz 이하 제품으로 단계적 확장이 적용됐으며, 스토리지의 경우 실용량 100TB 및 캐시메모리 16GB 이하 제품이 지정됐다.

이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서버는 CPU 1소켓 전체 및 2소켓 중 클록스피드 2.6GHz 이하, 스토리지는 실용량 100TB 및 캐시메모리는 32GB 이하 또는 물리적 용량 기준 200TB 및 캐시메모리 32GB 이하로 확대됐다.

올해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을 신청한 한국컴퓨팅산업협회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서버는 CPU 2소켓 전체, 스토리지는 실용량 200TB 또는 물리적용량 400TB 이하로 대폭 기준을 향상했다. CPU 2소켓은 전체 x86 서버 시장으로 대수 기준 99% 이상, 스토리지도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제품 전체로 확대한 셈이다.

이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한국HPE, 델 테크놀로지스, 레노버, 시스코와 같은 외산서버업체는 물론 이들의 주요 국내 중소 파트너사도 즉각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이 반대하는 가장 이유는 특정 기업으로의 매출 쏠림현상, 중소 유통기업 역차별, 기술력 및 품질 저하에 따른 수요기관 불편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가장 큰 반대 이유는 한국컴퓨팅산업협회을 중심으로 특정 기업에 매출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조달청 나라장터 쇼핑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2021년 5월 기준) 조달시장에 판매된 서버 시장에서 판매된 제품은 총 1564대로 이중 국산서버업체가 판매한 제품은 1077대다, 이는 전체의 69%에 달한다. 매출 기준으로도 50.3%를 기록하며 외산벤더 제품을 넘어섰다.

이중 한국컴퓨팅산업협회의 회장사를 맡고 있는 U사의 시장점유율이 전체 국산서버업체 매출의 절반 가량인 47%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서버 매출의 24%에 달하는 수치다. 현재 나라장터에 등록된 서버 등록 중소기업은 51개다.

외산 서버 업계는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목적은 국내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인데, 외산서버 제조사의 파트너도 대부분 중소기업이지만 오히려 이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한국컴퓨팅산업협회의 특정 회원사만이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외산벤더 제품을 공급 및 서비스하는 국내 중소기업 규모는 약 2000여개로 집계된다.

품질과 서비스 등 수요기관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일부 기업이 시장을 과점하다 보니 서비스나 제품 혁신을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기준으로 국내에서 조립하면 국산 서버로 여겨진다. 국내 생산지 증명을 갖는 국내 기업이 중국산 서버나 메이저서버 회사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하면 국산 서버가 된다.

이와 관련, 김성준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 부사장은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에 따라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 및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산 제품의 정의는 물론이고 공공기관 요구사항에 걸맞는 충분한 기술력과 인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이 때문에 현재 지자체 산하기관과 연구소, 공공기관 인프라 담당자들의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x86 서버에 가장 중요한 것이 최적의 아키테처 설계다. 펌웨어나 OS 호환성은 물론이고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위한 발열 및 전력관리, 관리 소프트웨어와 같은 기술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현재와 같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공급망 관리가 중요하다. 적기에 제대로 된 부품을 수급받지 못할 경우 납품기일 등에 문제가 생기면, 이는 공공기관 담당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기에 이같은 낡은 규제를 없애고 자유경쟁체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다”며 “이미 일부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면, 지금이 이러한 규제를 철폐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중소 서버 기업을 위한 제도 지원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공공 조달 시장 의존도를 해소하고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공공기관은 해당 연도에 구매할 제품의 구매 총액의 50% 이상을 해당 제품으로 사용해야 하는 만큼, 지나친 조달시장 의존도 등의 부작용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투자 없이 조달시장에 의존하며 연명하는 행태는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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