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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안전, 아이콘은 위험? 은행의 ‘코인 화이트리스트’도 수정될 듯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은행연합회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금세탁위험을 평가하는 ‘평가방안’을 공개한 가운데, 평가기준에 포함된 ‘상장 코인의 신용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혼란이 예상된다.

당초 은행연합회는 가상자산 공시 사이트 쟁글을 참고하라고 안내했으나, 최근 ‘상장 브로커’ 논란 등으로 쟁글의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은행들도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존에 마련해둔 코인별 점수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은행의 코인 화이트리스트, 어떻게 나왔나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은행권은 쟁글을 활용해 코인의 신용도를 평가하지 않을 예정이다. 쟁글을 참고하라고 했던 은행연합회도 은행권에 쟁글의 신뢰도 문제를 인지하라고 당부한 상태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원화입출금을 지원하는 거래소들은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실명계좌)를 발급받아 영업을 신고해야 한다.

이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은행이 어떤 기준으로 발급해야 하는지 논란이 됐고, 이에 은행연합회는 은행이 참고할 만한 평가방안을 마련했다. 평가방안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대부분 은행들이 계좌 발급 여부를 검토하며 이를 참고하고 있다.

평가방안에는 “신용도가 낮은 코인이 많을수록 위험이 가중된다”는 기준이 있다.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중 신용도가 낮은 게 많으면 은행이 계좌 발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 코인 별 신용도를 평가하는 데 쟁글이 활용됐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기존 FIU(금융정보분석원)의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참고해 상장 코인의 신용도라는 기준을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이 모든 가상자산의 위험도를 개별적으로 평가하는 건 힘들다”며 “때문에 외부 평가를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하다 보니, 당시엔 공시 사이트로 사실상 유일한 쟁글을 참고하라는 내용을 담게 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쟁글을 활용해 만들어진 ‘코인별 위험도 점수’가 외부에 공개되기도 했다. 쟁글 신용도 평가에서 AA++를 받은 비트코인(BTC)은 0.8점, AA를 받은 이더리움(ETH)은 1.5점, BBB로 비교적 낮은 등급을 받은 넴(XEM)은 3.9점인 식이다. 점수가 높을수록 위험도가 커진다.

이 기준대로라면 국내 코인 중 인지도가 높은 아이콘(ICX)의 경우, 넴과 같은 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위험도가 꽤 높은 3.9점을 받게 된다. 비트코인은 안전하고 아이콘은 위험하다는 일종의 ‘코인 화이트리스트’가 만들어진 셈이다.

◆쟁글 안 쓰기로 했지만 딱히 대안 無…은행 혼란 예상

그러나 최근 쟁글은 거래소 ‘상장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신뢰도가 떨어지는 문제를 겪었다. 이에 은행권은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쟁글을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기존에 쟁글을 참고하라고 안내했던 은행연합회의 평가방안이 수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방안은 참고사항에 그치기 때문에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평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쟁글을 포기하면 이렇다 할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가 자금세탁방지 컨설팅기업 에이블컨설팅에 코인 위험평가를 의뢰한 바 있으나, 외부에 공개된 자료로는 아직까지 쟁글이 많이 쓰인다. 때문에 은행들의 자구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들도 쟁글의 신뢰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이것 때문에 쟁글을 쓰지 않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은행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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