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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독과점 기정사실화…중소업체 “실명계좌 발급 기회조차 부족”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소수 독점이 불가피하다”고 밝히는 등 국내 거래소의 독과점 구조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중소 거래소들의 어려움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처음부터 4대 거래소로 시작했음에도 불구,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영업신고 기한이 끝나는 9월에도 4대 거래소 체제로 끝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비교적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후발주자들은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확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줄어드는 후발주자 기회…금융위도 ‘실명계좌’ 강조

지난 1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가상자산사업자가 실명계좌나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갖추지 않은 경우 FIU(금융정보분석원)는 영업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수 있다”며 “실명계좌를 갖추지 못한 상당수의 거래소를 정리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는 오는 9월 24일까지 FIU에 영업신고를 마쳐야 한다. 이때 신고 요건인 ISMS는 물론, 실명계좌를 갖추지 못한 거래소도 영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칙적으로는 실명계좌가 없을 경우 원화입출금을 포기하면 영업신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의 태도는 실명계좌도 갖춰야 영업신고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아직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중소 거래소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케이뱅크와 새로 계약을 체결한 업비트를 제외하면, 현재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들은 2018년 초부터 은행에게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재계약을 이어온 거래소들이다.

뒤늦게 시장에 들어온 후발주자들은 어떤 요건을 갖췄는지와 관계없이, 사실상 기회조차 얻기 힘들었다는 지적이다.

국내 한 거래소 관계자는 “2018년 때부터 4대 거래소 체제였는데, 특금법 신고 기한이 끝나는 9월까지 4대 거래소 체제인 것은 불합리하다”며 “은행연합회가 은행에 배포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모든 시스템을 갖추면서 준비하고 있는데, 신규 주자들이 진입하기 힘든 상황인 것은 맞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 컨설팅서도 은행계좌 언급 無

영업신고가 힘든 중소 거래소들은 최근 금융위가 주관하는 거래소 현장 컨설팅에 기대를 걸었다. 현재 금융위는 유관기관들과 함께 TF(태스크포스)를 조성, 특금법 상 신고 수리를 위한 컨설팅을 거래소에 제공하고 있다.

컨설팅 기간은 일주일로, 7~10명의 담당자로 이루어진 실사팀이 거래소에 상주하며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아직 실명계좌가 없는 중소 거래소들도 ISMS(정보보호관리체계)를 확보한 거래소들 중심으로 컨설팅을 받았다.

하지만 컨설팅에서도 은행 실명계좌와 관련된 조언은 전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이상금융거래탐지(FDS)시스템 등 보안 체계에 관한 컨설팅으로는 충분했으나, 신고 수리를 좌우할 요건인 실명계좌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컨설팅을 받은 한 거래소 관계자는 “컨설팅이라기 보다는 보안 시스템을 잘 갖췄는지 점검하는 실사에 가까웠다”며 “은행과의 소통을 안내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 아쉬웠다”고 전했다.

◆은행 면책 선 그은 금융위…중소 거래소 실명계좌 첩첩산중

4대 거래소 외 다른 거래소들도 실명계좌를 발급받으려면 은행의 부담이 줄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중과실이 없으면 은행에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는 ‘면책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면책기준이라도 확립돼야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때문에 중소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이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 위원장은 은행의 면책 책임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하면서 “불법자금과 실명거래에 관련해선 당연히 은행이 겁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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