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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vs SK, 배터리 전쟁 ‘종전’…최대 승자 ‘미국’ [IT클로즈업]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현장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현장
- 미국, SK 기존 투자 유지 LG 신규 투자 유치
- LG에너지솔루션, 특허 사업 모델 ‘흔들’
- 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 비침해 명분 상실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전쟁 종전을 선언했다. 양사는 지난 2년여 동안 미국에서 소송을 벌였다. 합의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미국 수입금지 하루를 남긴 시점에 이뤄졌다. 최대 승자는 미국이다. SK이노베이션 투자를 잃지 않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 투자도 이끌어냈다.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양사가 미국 소송을 합의로 종결한다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양사가 각각 이사회 승인 후 발표한다.

양사 관계자는 “합의 종결이 맞다. 곧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격 합의는 한국과 미국 정부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국 정부는 각각 양사 합의를 종용했다. 양국 정부 회의에서도 언급할 정도였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갈등은 LG에너지솔루션 임직원의 SK이노베이션 대량 이직이 발단이다. 국내외에서 고소 고발을 주고 받았다. 미국에서는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총 3건의 소송을 진행했다.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침해로 제소한 건(1차 소송, 337-TA-1159))이 출발했다. 2019년 9월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을 특허침해로 고소(2차 소송, 337-TA-1179)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같은 달 SK이노베이션을 특허침해로 고소(3차 소송, 337-TA-1181)했다.

1차 소송 최종판결은 지난 2월 났다. ITC는 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침해를 인정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등을 10년 동안 미국 수입 금지했다. 2차 소송은 오는 7월30일(미국시각) 예비판결을 앞뒀다. 3차 소송은 지난 3월 예비판결이 났다. LG에너지솔루션이 문제 삼은 총 4건의 특허 중 3건을 무효화했다. 1건은 비침해 판결을 내렸다.

ITC 판결은 미국 대통령이 효력 발생을 결정한다. 11일(미국시각)이 마감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합의 대신 거부권에 올인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분한 보상을 받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시한 전 마지막 평일인 9일(미국시각)까지 침묵을 지켰다. ITC 최종판결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 2013년이 마지막이다.

양사 전쟁 최종 승자는 미국이다. 거부권을 매개로 양사 투자를 획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린뉴딜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배터리는 그린뉴딜 핵심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과 일자리도 지켰다.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공장을 지켰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제1공장과 제2공장을 짓고 있다. 각각 2022년 1분기와 2023년 1분기 가동 방침이다. 총 21.5기가와트시(GWh) 규모다. 직접 고용만 2600여명을 기대했다. SK이노베이션은 거부권 행사가 없을 경우 이 공장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5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 거부권 요구 명분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여겼다. 미국 배터리 생산능력(캐파)을 2025년까지 약 145GWh까지 확대키로 했다. 자체 공장과 GM과 합작법인을 병행 투자한다. 고용은 6500여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희비가 갈린다. SK이노베이션에게는 승리했지만 우환을 남겼다.

합의 시점을 감안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유리한 조건을 획득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양사 합의는 평행선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대 SK이노베이션은 1조원대 합의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한 쪽이 조건을 수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ITC 3차 소송 예비판결이 찜찜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 미국 특허 ▲안전성강화분리막(SRS) 3건 ▲양극재 1건 총 4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ITC는 ▲SRS 517특허 ▲SRS 241특허 ▲SRS 152특허 ▲양극재 877특허 총 4건의 특허 중 2건 ▲152특허 ▲877특허를 SK이노베이션이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41특허 ▲152특허 ▲877특허는 무효라고 했다. 877특허 침해는 특허를 무효로 했기 때문에 침해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효력을 인정한 517특허는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특허는 2017년 중국 배터리 회사 ATL과 협상에 사용했던 특허다. 이번 판결은 이 모델에 위협이 된다. ATL에게 합의보다 소송을 해 볼만한 것으로 여기게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특허 라이선스 등으로 1000억원 이상 수익을 올려왔다.

SK이노베이션은 체면을 구겼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영업비밀침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불리한 합의 대신 미국 사업 철수를 공언했다. 둘 다 지키지 못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의지가 아닌 외부 압박에 의한 합의를 내세울 경우 다른 명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 사업 불확실성을 털어낸 것은 위안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자동치 시장 중 하나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 불확실성 심화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합의와 별개로 양사 앙금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합의가 양사 의지로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법정 밖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다. 감정은 칼로 물 베듯 쉽게 정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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