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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5G 세계최초 타이틀은 잊어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영화처럼 한국이 미국 버라이즌을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5G 세계최초 상용화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다. 한국은 5G 세계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각국은 한국의 5G 상용화 사례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통신장비기업은 국내 5G 사례를 레퍼런스 삼아 글로벌 진출 길을 열었다. 5G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해외 각국 기업 방문도 줄을 이었다.

한국이 세계최초 상용화를 통해 글로벌 5G 초기시장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소비자 반응은 냉담하다. 완전하지 않은 5G 커버리지와 킬러콘텐츠 부재가 큰 요인이다.

LTE보다 빠르지만, 실내에 들어가면 5G를 쓰지 못하는 곳이 더 많다. 5G 단말을 쓰면서도, LTE 전환모드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이유다. 5G 품질 논란은 2년째 계속되고 있으며, 소비자 집단소송까지 번지고 있다.

소비자를 5G로 유인하는 킬러콘텐츠도 전무하다. 3G에서 LTE로 전환된 후 모바일에서 즐기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성장했고, 고품질 게임 이용도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5G 킬러콘텐츠로 클라우드 게임,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아직까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주요 제조사 프리미엄 단말과 통신사 요금상품은 5G로 세대 교체했다. 가격도 높아졌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5G 필요성이 크지 않은 만큼, 이용자는 LTE 요금제로 눈을 돌리고 있다. 5G 단말은 LTE도 지원하는 만큼, 자급제 단말로 구입하면 5G가 아닌 LTE로 통신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그 결과, 알뜰폰까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애플 ‘아이폰12’, 삼성전자 ‘갤럭시S21’ 등 자급제 5G 단말을 구입해 저렴한 알뜰폰 LTE 대용량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는 수가 늘고 있다.

소비자가 5G 통신상품을 외면하고 LTE로 눈을 돌리는 상황은 통신사에겐 뼈 아픈 일이다. 그렇다고, 기업(B2B) 시장에서 5G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5G B2B용으로 주로 쓰일 28GHz 대역 상용화는 거듭 미뤄졌고, 올해에야 상용화될 예정이다. 아직은 5G B2B 레퍼런스도 정부 사업 위주다.

통신업계는 소비자 및 산업에서의 5G 필요성 체감을 높이는 일에 주목해야 한다. 5G 커버리지를 확대하면서도, 개방된 생태계 내에서 다양한 플레이어와 협력을 높여 시장을 확대하고 대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5G 인프라 위에 올릴 우수한 B2B‧소비자(B2C) 서비스가 주효하다. 이를 위해 정부도 규제 개선으로 보폭을 맞춰야 한다.

이제 세계최초 영광은 잊어야 할 때다. 스웨덴이 지난 2009년 LTE를 세계최초 상용화했지만, 결실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이 가져갔다. 한국도 세계최초 왕관만 쓰고 있을 수는 없다. 한국이 글로벌 5G 생태계를 선점하려면 품질을 높여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할 킬러콘텐츠를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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