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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주전산시스템 x86 전환 추진…마침내 시작된 금융권 IT 빅뱅

신한은행이 최근 중장기 IT혁신 사업인 ‘더 넥스트’ 사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신한은행의 ‘더 넥스트’ 사업은 국내 은행권의 고민인 차세대시스템의 추진 방향, 주전산시스템의 x86 전환과 클라우드 환경 대응, 기존 빅뱅식 개발 방식을 탈피한 단계적 IT 개발 방식 등 상당히 의미를 부여할만한 내용이 응축돼 있습니다.

3회에 걸쳐 신한은행 차세대사업인 ‘더 넥스트’를 중심으로 2021년 금융 IT 현안을 진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① 국내 대형은행 주전산시스템 x86 전환, 어떤 의미?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최근 3000억원 규모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계획인 ‘더 넥스트’(The NEXT)사업을 발표한 신한은행이 현재 유닉스(UNIX)기반의 주전산시스템 체계를 x86 환경으로 본격 전환한다.

국내 시중은행중에서 은행의 여‧수신, 외환업무를 포괄 처리하는 계정계 업무에 대한 주전산시스템을 x86 환경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은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특히 주전산시스템의 x86 전환은 향후 신한은행이 전산 시스템 전체의 운영을 완전한 퍼블릭 클라우드 (Public Cloud)방식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x86 전환은 이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기술적 전제 조건이다.

즉, 신한은행은 자체 IT인력이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고 AWS, MS, IBM, 네이버 클라우드 등 외부 클라우드 전문업체들에게 위탁해 운영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국내 은행권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의 차세대 IT전략에 미치게 될 파장이 적지않다.

지난해 BOA(뱅크오브아메리카)는 자체 전산 운영비중을 없애고 IBM이 제공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해 전세계 금융권을 놀라게 했다.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이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자체 IT 운영인력를 별도로 두지않는 금융회사는 지난해 출범한 캐롯손해보험이 유일하다. 온라인 전문 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은 MS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를 활용해 IT를 운영하고 있다.

29일 신한은행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전날 28일 오전 10시까지 ‘더 넥스트’ 사업 5개 사업부문에 대한 참가 의향서를 관련 IT업체들로부터 접수했다. 참가 의향서를 밝힌 IT업체들은 현재 공개되지 않았다.
총 3000억원의 ‘더 넥스트’ 사업중 가장 주목받는 사업은 1802억원이 투입돼 42개월간 진행되는 ‘코어/디지털 기반 영역’ 개발 사업이다.

신한은행은 이 사업과 관련하여 ▲비대면 전용 코어뱅킹시스템 구축 ▲디지털중심 코어뱅킹시스템 전환 재구축(프로덕트 팩토로 고도화 포함) ▲상당중심 단말 환경 재구축 및 CX고도화 ▲디지털뱅킹시스템 구조 현대화 ▲디지털 라이트 시스템 분리 재구축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정비 및 관리시스템 구축 ▲넥스트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 및 SI(시스템 통합개발) 등으로 업무 요건을 제시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넥스트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와 관련, 입찰 공고를 통해 U2L(UNIX to Linux) 전환 방안을 제시하도록 요청했다. ‘U2L’은 기존 주전산시스템인 유닉스를 리눅스 기반의 x86기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관련 <디지털데일리>는 최근 신한은행측에 ‘계정계 주전산시스템 체계를 클라우드 환경에 대응하기위한 x86으로 전면 전환하겠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기존 유닉스 체계를 유지하면서 x86범위를 크게 확대하겠다는 의미인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측은 ‘주전산시스템도 x86 기반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클라우드 전환’, 이제 새로운 금융권 10년의 IT 혁신 과제로

그동안 국내 은행권은 IT인프라 운영의 효율성 확보를 위해 클라우드 전환 계획을 심도있게 검토해 왔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급속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인한 IT인프라 증설 압막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클라우드 환경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증가시켰다.

하지만 금융권 클라우드 전환은 불가능했다. 외부의 클라우드 업체에 의해 핵심 금융 정보가 위탁관리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허용된 것은 불과 2년전인 지난 2019년부터다. 그 이전에는 국내 금융권이 과감하게 클라우드 전환을 하고 싶어도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제한돼 있었다. 그나마 ‘비중요업무’만 클라우드 전환이 가능했다.
따라서 클라우드 전환을 염두에 둔 신한은행 주전산시스템의 x86 전환은 이같은 폭증하는 디지털 업무 증가에 따른 유연한 IT 대응 전략, 유닉스 이후를 대비하는 IT인프라 자체의 혁신 등 다양한 의미가 농축돼 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신한은행의 ‘더 넥스트’ 사업은 클라우드 전환과는 무관하게, 국내 금융권의 주전산시스템의 주력 기종이 ‘유닉스’에서 ‘x86’으로 전환되는 상징성도 갖는다. 국내 대부분은 유닉스가 주력 기종이며 국민은행은 그 보다 이전 세대인 ‘메인프레임’을 여전히 계정계시스템으로 운용중이다.

그동안 국내 은행권에서는 수년전부터 차세대 주전산시스템 사양으로 x86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왔으나 대용량 처리에 대한 의문 때문에 선뜻 결정이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신한은행이 ‘코어뱅킹 아키텍처’ 개발 영역을 무려 42개월로 넉넉하게 잡은 것도 가급적 x86시스템의 성능 진화를 좀 더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현재 ‘더 넥스트’ 개발사업 일정대로라면 신한은행이 x86기반의 차세대시스템을 선보이는 시기는 거의 2024년 후반, 거의 2025년에 다가갈 쯤이다.
차세대시스템 구축기간이 10년째 넘어가고 있는 국내 다른 은행들도 신한은행을 벤치마킹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가동시기가 현재로선 너무 멀리있기 때문에 그 때까지 기다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신한은행이 이번 ‘더 넥스트’ 사업으로 x86전환과 클라우드 전환을 동시에 포석한 중장기 IT혁신 전략을 제시한 만큼 다른 은행들도 차세대시스템 전략을 포함한 중장기 ‘IT혁신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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