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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라진 혁신기술… IT서비스업계, 과연 속도 따라갈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IT서비스업체들의 위상과 서비스업의 변화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지 상/하에 걸쳐 분석한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내 주요 IT서비스업체들은 어떻게 보면 특이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대기업 계열 IT서비스회사로 출발했기 때문에 모 그룹은 든든한 고객이자 가족(?)이기도 하다. 여전히 그룹 총수가 IT 계열사의 지분을 적지않게 보유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이런 구조가 스스로 강도높은 체질 개선을 방해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IT서비스업계 내부의 위기감은 과거와는 좀 다르다. 엄살이 아니라 국내 IT시장 전반의 주도권 경쟁에서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이에 따라 IT서비스업체들도 강도높게 사업모델 재편에 나서고 있다. 일단 가장 주목되는 것은 클라우드 기업으로의 전환이다.

삼성, LG, SK텔레콤, KT 등 대기업들이 IT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환키로 하면서 IT서비스업체들은 기존 시스템 운영(SM)역량을 클라우드 환경에 그대로 전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준비하던 이들은 AWS, MS애저 등 글로벌 클라우드 벤더와 정면승부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클라우드 매니지먼트 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자체 클라우드 시스템은 그룹 내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남기고 퍼블릭 클라우드와 하이브리드 형태의 시스템 구축과 최적화에 힘을 쓰는 모양새다.

◆클라우드 시장 확대로 시장 지형도 변화=다만 클라우드의 확대는 IT서비스 시장 경쟁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클라우드 대중화의 주역인 AWS도 글로벌 상거래서비스 아마존닷컴의 시스템 운영 사업부가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 대외 사업에 나선 것이 원조다.

마찬가지로 자체적으로 시스템 운영을 하다보면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외사업을 추진하려는 경우가 생긴다. KT와 네이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최근 KT가 기존의 IT서비스업체들이 경쟁하던 분야에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750억원 규모의 '차세대 지방재정 관리시스템 구축' 사업, 1027억원 규모의 '차세대 지방세입 정보시스템 구축 2단계' 사업 경쟁에 KT가 참여하면서 기존 IT서비스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 엔터프라이즈, 네이버 클라우드 등 빅테크 기업의 대외 사업 확대로 시장 질서가 재편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의 IT인프라 구축 영역이 IT서비스기업의 고유영역이었다면 클라우드는 이러한 경계를 허물어뜨리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클라우드는 기존 IT서비스업체도 많은 경험이 없다. 이제 와서 클라우드 운영 효율성을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빅테크 기업과 출발선상은 동일하다. 다만 도메인(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클라우드의 확산은 기업 IT인프라 및 최적화에 전문 경험을 쌓아왔던 IT서비스업체들에게도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스스로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쌓고 사업화를 하는데 초점을 맞추면 됐지만 이제는 빅테크 기업들의 도전도 함께 맞아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최근 한물 간 시스템으로 여겨졌던 IT서비스관리(ITSM)가 다시 화두가 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혼란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클라우드의 등장으로 기업의 시스템이 다시 정제되지 못하고 서비스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ITSM이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IT서비스는 비즈니스 인에이블러가 될 수 있을까?=IT서비스 업체 뿐만 아니라 기업 내 IT부서 모두 지원을 담당하는 업무로서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비즈니스 지원조직은 기업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 특히 IT의 경우 대표적으로 기업 내에서 비용을 투자하는 부서다.

때문에 이러한 위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비즈니스 창출가치를 확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는 자체적으로 수익모델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IT서비스업체와 기업의 IT부서의 이해가 상충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은 기업 IT 및 디지털 부서에서도 수익 창출이 가능한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

문제는 이 시장을 IT서비스업체들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IT서비스업체들은 고객사이기도 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SW 역량을 확보하고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자신들과는 큰 연관관계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기업이) SW인력을 자체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SM과 SI를 그들이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IT운영과 개발은 IT아웃소싱 과제로 IT서비스업체에 맡기고 있는 만큼 수익모델에 영향을 주기 힘들다”고 밝혔다.

하지만 또 다른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 텐데 클라우드, SaaS가 활성화되면서 훈련된 직원의 경우 SW구매와 인프라를 직접 구매하고 관리,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미 우리의 일을 일부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 시장에 마찬가지로 빅테크 기업들이 진입하고 있는 것도 IT서비스업체들에게는 도전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비전 AI와 OCR을 도입한 업무 자동화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네이버 클로바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됐다. 과거 같으면 IT서비스업체들이 기술을 들고 가 기업에 최적화시키는 모델에서 이제 기술기업이 직접 고객에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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