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저작권 신탁단체가 가격을 마음대로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저작권 시장의 독점적 사업자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계간 음악 저작권료 갈등을 둘러싸고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9일 ‘OTT사업자의 음악저작권 적정 요율’을 주제로 열린 규제개혁토론회에서 “현재 음악 저작권료 징수규정은 음저협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관철되지 않으면 소송까지 강제하는 형태”라며 “이 때문에 저작권 시장은 오히려 어떤 산업 중에서도 예측 가능성과 합리성이 떨어지는 시장이 됐다”고 비판했다.
김용희 교수는 “저작권 요율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면 오히려 음악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축소되고 제작 투자가 줄어드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데, 과연 저작권자들이 이를 원할지 의문이 든다”면서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주무부처가 노력해야 함에도 일방적 주장에 편승하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홍정민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한국OTT포럼 및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공동 주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경숙 상명대 저작권보호학과 교수는 최근 한음저협이 추진하는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에 대해 3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한음저협은 해당 개정안을 통해 신규 서비스인 OTT가 ‘매출의 2.5%’를 저작권료로 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는 글로벌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와의 계약 요율이 2.5%인 점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기존에는 TV 방송물을 전송하는 ‘방송물재전송서비스’에 대해 매출의 0.625%(음악전문방송 제외) 요율을 적용해왔기 때문에, OTT업계는 새 규정이 적용될 경우 사실상 4배 인상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김경숙 교수는 그러나 넷플릭스에 적용한 저작권 요율을 다른 국내 OTT 업체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김 교수는 “현재 한음저협은 음악 저작권 요율을 저작물의 ‘기술 형태’에 따라 세분화 하고 있는데, 해외 사례를 보면 ‘이용 형태’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넷플릭스는 주로 오리지널 콘텐츠 위주의 VOD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국내 OTT는 실시간방송(방송)과 VOD(전송)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이중징수 논란도 짚었다. 현재 콘텐츠 제작 시장에서는 제작자가 제작 단계에서 이미 창작자와 직접 계약을 통해 음악 사용료를 지급한 경우들이 있음에도, 한음저협의 주장대로 매출의 2.5%를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이중징수’가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해외에서는 대부분 창작자와 제작자간 직접 계약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이중징수는 배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저작권료 산정시 한음저협의 음악저작물관리비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 관련 OTT업계를 대변하는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이하 음대협)는 이를 바탕으로 OTT에 대한 저작권 요율을 ‘방송사용료’와 ‘전송사용료’로 구분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방송사용료의 경우 기존 지상파·IPTV와 동일한 1.2% 요율을 적용하고, 전송사용료는 기존 규정대로 0.625%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이중징수를 막기 위한 공제계수, 신생 서비스인 OTT의 산업발전을 위한 조정계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경일 음대협 의장은 “한음저협이 수용 가능한 선을 타진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저작권 소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합리적인 결정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음저협이 내놓은 개정안은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받는 즉시 효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OTT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또한 OTT 산업 발전을 함께 고려하는 결정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문체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경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기반총괄과 팀장은 “현행 징수규정은 이미 분쟁을 너무 많이 초래하는 상황”이라며 “산업이 발전하려면 기술 혁신이나 이용 측면에 먼저 집중해야 하는데, 분쟁에 소모되면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작권 보호도 있지만 문화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공정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준동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 팀장은 “한음저협이 주장하는 요율 수준은 매우 과도하다고 보여진다”면서 “과도한 저작권료가 국내 OTT 업계 투자와 혁신노력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과기정통부를 주축으로 관계부처가 함께 발표한 디지털미디어생태계 발전방안 등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볼 때 소관부처가 합리적 수준에서 징수요율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는 음악산업발전위원회 의견서 및 저작권위원회 심의 결과를 토대로 해당 개정안의 승인 여부를 이달 중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