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한국의 모바일 데이터 이용료가 아시아에서 가장 비싸다는 국회 지적이 나왔다. 국내 1GB당 데이터당 요금이 10.94달러(당시 환율기준 1만3415원)라는 해외 조사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국내 이용자들이 데이터 1GB를 쓰는 데 1만원 이상의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신업계는 통계의 허수를 지적하고 있다. 국가별로 모든 요금제의 중간값을 단순 계산했기 때문에 오히려 요금제 종류가 다양한 사업자일수록 비싸게 산출될 수 있다는 것.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영국 케이블·모바일 분석사이트인 ‘cable.co.uk’의 ‘2020년 전세계 모바일데이터 가격비교 현황’ 자료를 통해 한국의 1GB당 모바일데이터 사용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배에 달하는 평균 10.94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체 조사대상 228개국의 평균(5.09달러)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금액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다른 주요 국가들보다도 높았다. 이를 OECD 회원국 기준(3.73달러)으로 비교하면, 한국은 3번째로 높은 데이터 사용료를 지불하며 아시아에서는 최고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정필모 의원은 “우리나라의 모바일 데이터 이용료가 국제적으로 월등히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통신사들은 데이터 사용료를 인하하거나, 높은 데이터 사용료에 걸맞은 속도와 품질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된다”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그러나 이러한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이트의 조사 방법은 전 세계 SIM 전용 모바일 요금제의 금액을 수집해 측정한 것으로, 평균금액은 각 국가별 측정된 모든 요금제들의 중간값으로 계산했다. 즉, 데이터당 요금이 가장 적은 값과 가장 많은 값의 평균값이다. 하지만 국가별로 어떤 요금제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불분명하고, 표본수도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전체 사업자들이 보유한 요금제를 단순 평균으로 계산한 것인데, 사업자마다 요금 상품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면서 “국내의 경우 고객 선택권을 위해 아주 소량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도 두고 있는데 이 경우 평균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해당 사이트 분석에 따라 국내에서 가장 저렴한 1GB 요금은 526.7원으로, 이는 150GB를 제공하는 SK텔레콤의 LTE 요금제(월 7만9000원)를 데이터당으로 나눈 수치로 풀이된다. 반대로 가장 비싼 1GB 요금은 10만9633원으로, 250MB~300MB 데이터를 제공하는 2~3만원대 요금제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선택약정을 통한 25% 할인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로 보이고, 또 국내 이용자 대부분은 기본데이터를 다 써도 일정 속도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정액제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장상황도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현실적으로 300MB 데이터 요금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통신사가 보유한 요금제로 단순 계산하게 되면 데이터 제공량 최저선이 낮을수록, 즉 저가 요금제가 다양할수록 오히려 불리해진다”면서 “실제 사용량을 기반으로 통계를 내야 더 정확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