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인쇄기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얻기 어려운 제품이다. 흔히 인쇄라고 하면 대량의 책을 찍어내는 ‘아날로그’ 모습이 떠오르겠지만, 디지털인쇄로 출력하는 종류는 그보다 훨씬 다양하다. 화장품 박스, 커피 파우치, 음료수 라벨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제품 포장재 대부분이 디지털인쇄와 관련 있다. 이 산업은 자동차·제약과 함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디지털인쇄 활용도와 전망, 인재 양성 등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인쇄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제조업 종사자가 아니다. PC를 활용해 그래픽·데이터를 함께 관리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트렌드세터(감각이 뛰어나 유행을 이끄는 사람)’도 될 수 있다.
디지털인쇄는 비단 아날로그 방식의 오프셋 인쇄종사자들만 관심을 갖는 분야는 아니다. 포토·섬유·코팅지 등 다양한 종류의 출력이 가능한 만큼 사진 스튜디오 관계자, 창업을 생각하는 일부 대학생들도 디지털인쇄를 다루는 법에 대해 배우고 있다.
디지털인쇄기 가격은 몇천~억 단위를 호가할 만큼 고가의 제품으로 쉽게 살 수 있는 장비는 아니다. 그 전에 자신의 아이디어로 디지털인쇄기를 다루는 업체에 주문을 해 상품을 제작하는 방법이 있다. 사업이 커지면 투자금을 받아 기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디지털인쇄에 대해 알아야 아이디어에 대한 비즈니스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셈이다.
인쇄기기 업체나 일부 디지털인쇄업 종사자들은 디지털인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자체적으로 세미나 및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인쇄 관련 경영인 양성을 위해 대학교와 산학협력을 진행하기도 한다. HP코리아는 지난 5월 동국대학교와 인쇄 경영인 양성 및 디지털 인쇄 시장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올 가을학기부터 경영대학 내 ‘그래픽 커뮤니케이션 사이언스’ 연계 전공을 개설한다. HP코리아는 동국대학교에서 개설하는 연계 전공에 디지털인쇄 교육과 실습을 지원한다. 우수 학생을 선정해 해외연수는 물론 HP 인턴십 기회도 제공하며, 파트너사와 연계한 디지털 인쇄 영역별 실습 기회 역시 제공할 방침이다. 학내 인쇄물의 고품질 일반화를 위한 프린팅 플랫폼 스타트업 개발에도 나선다.
HP코리아 관계자는 “기존 인쇄학과에서는 장비에 대한 설명과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교육이 진행됐다면, 동국대학교에서의 목적은 인쇄산업 경영인을 키우는 것”이라며 “인쇄업을 사양산업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패키징 라벨 등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이 인쇄이기 때문에 이 시장을 경영하고 운영하는 인재를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에서 운영하고 있는 충무로 디지털인쇄기전시장에서는 박규덕 영업자문위원이 자발적으로 디지털인쇄 교육을 진행중이다. 블로그·커뮤니티를 통해 찾아온 사람들 대상으로 소수정예로 설명하고, 인쇄 실무자들 30여명을 대상으로 정기 세미나가 진행된다. 정기 세미나는 주로 오프셋 인쇄업자들이 최근 동향을 배우고 비즈니스 방향에 변화를 주기 위해 참여한다. 용지별 특성과 종류는 물론 자신이 인쇄할 페이지를 종이 위에 적절히 배치하는 작업(터잡기)을 숙달할 때까지 반복 훈련한다.
한국엡손은 사진 업계 관계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프린팅 세미나’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인물사진, 풍경사진, 프린팅 등 주제에 맞춰 회차 별로 강사진과 커리큘럼을 다르게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위한 정보기술(IT) 솔루션 컨설팅은 물론, 최신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엡손 관계자는 “사진 작가들의 경우 전시하기 위해선 촬영한 사진을 출력까지 해야하기 때문에 디지털 프린트도 중요한 영역”이라며 “강의 외 엡손 포토프린터 시연 및 제품 체험 기회도 함께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후지제록스가 지난해 진행한 ‘그래픽커뮤니케이션&디자인 산업워크샵’에선 기업 디자이너와 인쇄상업 종사자, 그래픽 커뮤니케이션 학부생 등 40여명이 참가했다. 상업 인쇄, 출판, 패키징 인쇄 분야에 대한 정보 및 트렌드를 공유했다. 또 지역별로 진행하는 ‘후지제록스 밸류업 세미나’에선 인쇄업체 관계자 대상으로 제품 시연과 비즈니스 전략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