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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③] ‘글로벌CP 역차별 해소법’ 20대 국회 통과돼야…소송전 영향

-“글로벌CP 갑질 막는 최소한의 법적 수단”
-한국서 돈 벌면서 세금도 망 사용료도 회피? 네트워크 품질은 ‘나몰라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20대 국회는 오는 20일 마지막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개최한다.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글로벌CP 역차별 해소법’ 통과가 목전에 있다.

이 법안은 그동안 계속된 한국시장에서의 글로벌CP 갑질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원칙적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내 서버 설치, 망 품질 의무, 망 사용료 협상 의무, 금지행위 등의 내용은 모두 빠졌다. 서비스 안정수단을 확보해, 이용자 요구사항을 처리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를 담보하는 문구가 담겨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중소CP‧스타트업에게 영향이 가지 않도록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 등 일정 기준 이상을 충족하는 사업자를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다시 말해,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해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보면 된다.

글로벌CP 역차별 해소법은 갑자기 튀어나온 법안이 아니다. 글로벌CP 관련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은 국회에서 매번 국정감사 때마다 다뤄져 왔다. 매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주요 글로벌CP 증인을 국정감사에 세워, 해결책을 요청했으나 언제나 돌아오는 답변은 ‘모르쇠’였다. 국내 매출액 현황과 망 사용료 요구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었다.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CP는 국내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넷플릭스 지난 3월 국내 결제금액은 최소 362억원으로 추산된다. 2년새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이태희 국민대학교 교수는 구글이 2017년 1조8118억~3조2110억원 매출을 올리고, 1068억~1891억원 국내 법인세를 회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글로벌CP들이 소송까지 시작했다. 페이스북과 넷플릭스는 각각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행 법령에서 CP는 네트워크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야 할 의무가 없다. 이러한 부분을 악용해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겠다는 심산이다. 양사 모두 국내 최대 법무법인 ‘김앤장’을 기용한 상태다.

페이스북은 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통신사와 사전협의 없이 트래픽 경로를 일방적으로 변경해, 국내 이용자 접속 지연이 발생해 일평균 이용자 민원은 최대 172배까지 증가했다. 페이스북은 과징금을 부과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1승을 거뒀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에서도 이를 불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입법 미비를 지적한 바 있다. 현재 2심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는 정부 재정 절차 중 방통위를 무시하고 돌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에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골자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대신 캐시서버(OCA)를 설치하는 ‘오픈 커넥트’로 대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오픈 커넥트로 넷플릭스 품질을 높일 수 있으나, 국내 인터넷 망 이용대가를 면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대규모 트래픽이 발생하고 있고, 넷플릭스 트래픽만 문제가 있는 만큼 협상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재정안이 도출되기 전,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소송전에 나섰다. 보통, 1심에만 6개월~1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망 사용료 부담도 장기간 회피할 수 있다.

입법 미비로 글로벌CP가 재판에서 부당한 혜택을 받지 않도록, 대형CP 인터넷 서비스 품질 의무 등에 대한 법‧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지속 제기돼 왔다. 이번 글로벌CP 역차별 해소법은 입법 공백을 메우고 국내 이용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첫걸음이다.

물론, 이번 법안 통과로 당장 이들을 망 사용료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는 없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이용자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 등에 대한 ‘나몰라라’ 배짱 영업만은 방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은 갖출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이 국내CP, 중소기업‧스타트업 등 인터넷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는 망 품질 유지는 통신사 본연 의무로 규정하면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디지털 국가경쟁력을 역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기협은 국내 대형‧중소CP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을 회원사로 보유하고 있는 단체다.

우려와 달리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형CP는 망 사용료를 이미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망 품질 의무를 이미 통신사와 함께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소CP와 스타트업의 경우, 이번 법안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중소CP에게 망 사용료를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며, 통신3사는 상생안까지 내놓았다.

만약 이 법안이 인터넷업계 반대에 가로막힌다면, 20대 국회에서 폐기되고 만다. 이 경우, 새롭게 구성된 21대 국회에서 ‘글로벌CP 갑질’을 막기 위한 방안을 다시 고민하고 새 법안을 내놓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 사이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글로벌CP는 입법 공백 속에서 책임은 부여받지 않은 채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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