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20대 국회가 오는 5월29일 종료된다. 21대 총선을 치렀지만, 20대 국회가 완전히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 아직 이번 국회 임기는 40일 남았고, 계류법안은 1만5000건 이상이다. 5월 마지막 회기가 끝나면, 이들 법안은 모두 폐기된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도 5월 임시국회를 눈여겨보고 있다. 과학‧정보통신기술(ICT)‧미디어 등을 책임지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만 봐도 지난 4년간 763개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19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과방위는 1026개 법안을 접수했으나, 처리된 법안은 259건에 불과하다. 여아 정쟁으로 주요 법안 처리가 뒤로 밀린 탓이다.
우선,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와 국내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에 대응하겠다면 내놓은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은 통신망을 둘러싼 불공정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금지행위에 ▲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 관계에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거나 강요하는 행위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불이행하는 행위를 추가하고 방통위 권한을 확대했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대형 CP는 국내 CP와 달리 한국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최근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전까지 나선 상황이다.
통신요금인가제 폐지 관련 법안도 알뜰폰 도매제공 연장 법안과 함께 과방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통신요금인가제도는 시장지배적사업자로 분류된 SK텔레콤 이동전화와 KT 시내전화에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인가제가 오히려 자유로운 요금경쟁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요금인가 대상자인 SK텔레콤이 요금을 내놓으면 KT와 LG유플러스가 비슷한 수준에서 요금제를 설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19대 국회부터 요금인가제 폐지 논의가 이뤄졌다. 과방위는 알뜰폰 도매제공 연장 법안을 통신요금인가제 폐지와 묶어 추후 다시 논의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아직까지 깜깜무소식이다.
유료방송 인수합병(M&A)과 관련 있는 합산규제 일몰과 사후규제 대책도 주목된다. 정부는 과방위 요청대로 합산규제 일몰과 관련한 후속대책 합의안을 제출했지만, 국회는 이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산업 진흥법 전부개정안과 공인인증서 독점적 지위 폐지를 담은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과방위에서 통과됐으나,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SW산업 진흥법 전부개정안은 인력양성부터 창업, 연구개발 지원부터 교육에 이르기까지 SW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고 있다. 공정한 계약을 기반으로 SW 가치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공인인증서 제도를 폐지해 다양한 전자서명수단들이 차별 없이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전자서명제도를 민간 위주로 개편해 관련 산업 경쟁력 제고와 국민 선택권 확대를 목적으로 한다.
이렇듯, 주요 ICT 법안이 쌓여 있지만 현재 국회에서 이를 통과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총선이 끝난 후 마지막 임시국회 때 통과된 법률은 17대 국회 75건, 18대 185건, 19대 329건 정도다. 20대 국회의원 향방이 갈려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여당 압승에 따른 미래통합당 리더십 공백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여야 합의에 따라 4‧15 총선 직후 지난 15일부터 4월 임시국회가 소집됐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법안을 비롯해 시급하게 다뤄야 할 법안들을 처리하자는 이유다. 다만, 과방위에서 새롭게 통과된 법안은 없다. 과방위는 줄곧 일하는 상임위를 주창해 왔는데, 5월 임시국회 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