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이 미국에 제기한 특허소송이 2014년 양사 합의를 파기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당시 합의서 원문을 공개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합의서 해석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하고 있다는 반박을 반복했다. 양사는 지난 4월부터 배터리 사업 관련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28일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LG화학과 맺은 합의서를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배터리 분리막 기술 관련 소송을 벌였다. 2014년 10월 양사는 ‘세라믹 코팅 분리막에 관한 등록 제775310호 특허’와 관련한 모든 소송 및 분쟁 종결에 합의했다. 당시 SK이노베이션 김홍대 NBD총괄과 LG화학 권영수 대표가 서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관련 특허로 추가 소송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파기했다”라며 “그때 소송을 먼저 제기한 쪽도 합의를 먼저 제안한 쪽도 LG다. 당시에도 SK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했고 LG는 끝까지 가겠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LG화학은 “경쟁사는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하기보다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합의서를 공개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라며 “합의는 한국특허로 외국에서 소송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LG화학 입장에서 한국 특허보다 권리범위가 넓은 미국 유럽 등의 특허까지 포함시켜 합의할 이유가 전혀 없다”라고 반박했다.
양사 대립은 2014년 합의서 해석이 달라서다. 이 합의서는 총 5개 조항으로 구성했다. 1~3번은 소송 관련 실무와 관한 내용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4번과 5번이다. 4번은 ‘LG와 SK는 대상특허와 관련해 향후 직접 또는 계열회사를 통해 국내/국외에서 상호간에 특허침해금지나 손해배상의 청구 또는 특허무효를 주장하는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한다’ 5번은 ‘본 합의서는 체결일로부터 10년간 유효하다’는 내용이다.
LG화학은 지난 9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 전지사업 미국법인이 LG화학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냈다. 미국특허 5개 침해를 제기했다. 분리막 특허 3건 양극재 특허 2건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소송에 활용한 분리막 특허 3건을 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여겼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LG화학이 미국 특허소송을 철회해야 한다는 소송을 걸었다. 합의 위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쟁점은 법원의 합의서 해석 범위에 달렸다. SK이노베이션은 ‘포괄적’ LG화학은 ‘제한적’ 해석 성격이 짙다. SK이노베이션 말대로 ‘국내외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 있지만 LG화학의 말대로 ‘외국특허도 포함’이라는 말도 없다.
한편 2014년 합의서 논란은 양사 배터리 소송 명분 다툼 성격도 있다. 이번 일은 LG화학 직원의 SK이노베이션 이직이 촉발했다. 지난 2년 동안 약 100명이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갔다. LG화학은 ‘기술을 빼가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이 인력을 빼갔다’는 입장. SK이노베이션은 ‘개인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입장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해명을 믿지 않았다. 지난 4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ITC와 델라웨어지방법원에 고소했다.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5월엔 국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SK이노베이션은 6월 국내에서 명예훼손 등의 소송으로 LG화학에 반격했다. 9월 ITC와 델라웨어지방법원에 LG화학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