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영화 ‘그래비티’ 속 우주 상황을 실시간 관제하는 풍경이 용인시에도 펼쳐지고 있다. 일렬로 늘어선 수십 대의 모니터엔 녹색으로 깜빡이는 신호가 끊임없이 기록되고 있다. 우주에 있는 인공위성이 관측해 전송한 데이터값이다.
신호 색깔이 녹색에서 황색, 황색에서 적색으로 변하면 통신 장애가 일어날 수도 있는 비상 상황이다. 위성 궤도나 자세가 아주 조금만 어긋나거나 흔들려도 지상 신호가 불능이 된다. 열악한 우주 환경 특성상 언제 미확인 물체가 추락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저희는 퇴근이며 추석 할 것 없이 사명감을 가지고 365일 24시간 살피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KT SAT 용인위성관제센터에서 만난 차민석 KT SAT 용인센터 담당 대리는 “문제 발생 시 긴급복구 절차도 수시로 훈련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KT SAT은 국내 용인과 충청남도 대전 금상에 각각 위성센터를 두고 있다. 그중 용인센터는 대한민국 최초 위성 관제 센터다. 1995년 무궁화위성 1호 발사가 있기 전인 1994년 11월 개국한 이래 올해로 25돌을 맞았다.
무궁화위성 1호가 발사되기 전에는 위성망을 이용하려면 다른 국가에서 발사한 위성 중계기를 임대해 써야 했다. 현재 국내 위성통신 중 KT SAT이 자국화해 서비스하고 있는 비율은 98%에 달한다. 용인센터에서 관리하는 위성만 총 5기(5호·5A호·6호·7호·KOREASAT 8호)다.
이날 센터 내부에 있는 관제실을 직접 방문했다. 관제실 안으로 들어가려면 부직포 덮개를 신발에 씌워야 했다. 중요 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 사진 촬영도 엄격히 금지됐다. 센터 입구를 시작으로 위성 5호, 6호, 7호, 5A호를 각각 관제하는 시스템들이 좌우 일렬로 배치돼 있었다.
이곳의 핵심 임무는 2가지다. 첫 번째는 위성체 운용이다. 통신 위성이 발사체에서 분리된 순간부터 우주에서 수명이 종료될 때까지 위성의 자세·궤도·상태 등을 24시간 365일 감시해야 한다. 위성 궤도를 철저히 유지해야만 지상에서 전파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다.
차민석 대리는 “정지 궤도 위성은 태양과 달의 외력을 받기 때문에 이름 그대로 정지하지 않고 상하좌우로 계속 움직인다”면서 “위성이 기존 궤도에서 1˚(도)만 벗어나도 전파 지역이 달리지기 때문에 이 속도와 궤도를 조정해주는 게 아주 중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위성 통신망 관리다. 용인센터는 고객사가 이용하는 위성 중계기에 이상이 없는지 CSM(Communication System Monitoring)으로 관리한다. 이상이 발생하면 전문가는 즉시 백업 중계기로 서비스를 이동시켜 통신 서비스가 끊기지 않도록 한다.
차 대리는 “위성망도 무선통신기 때문에 간섭원이 발생하는데 GNOC팀에서 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측정 관리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구축한 ‘샛가드(SATGUARD)’로 반년이 걸리던 간섭원 분석 기간을 수 분 내로 단축했고, 지금 구축 중인 ‘지오로케이션(GEOLOCATION)’ 시스템은 가동 시 간섭원이 어디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KT SAT은 최근 용인센터 위성 관제 시스템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이기원 KT SAT 용인위성센터장<사진>은 “과거엔 해외에서 제공하는 관제 시스템을 적용하다 보니 그들이 고가 장비 구매를 요구하거나 일방적으로 지원을 철회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2017년 무궁화위성 7호에는 국산 관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적용했다”고 전했다.
한편, KT SAT 용인센터는 25주년을 기념해 리뉴얼한 위성 홍보관 ‘샛토리움(SATORIUM)’을 오는 3일부터 본격 운영한다. 샛토리움에선 국내 위성통신 역사와 함께 KT SAT의 차세대 위성 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해 인공위성 발사 현장부터 우주 상공 여행까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