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모바일엣지컴퓨팅(MEC)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통신사들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MEC는 5G의 초저지연 속성을 극대화해주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통신사 간 5G 서비스 경쟁이 MEC 기술 경쟁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MEC는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설치해 데이터전송구간을 좁히는 방식으로 5G 지연속도를 줄여주는 기술이다. 통상 4단계(단말-기지국-교환국-인터넷망-데이터센터)의 데이터전송과정을 2단계(단말-기지국-교환국)로 줄인다. 물리적 거리가 줄어든 만큼 지연속도도 줄어드는 원리다.
SK텔레콤은 13일 서울 을지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체 개발한 ‘초(超)엣지’ 기술이 포함된 5G 솔루션 ‘5GX MEC’을 공개했다. 초엣지는 이용자와 가장 가까운 접점인 기지국에 MEC를 적용하는 기술이다. 즉, 2단계(단말-기지국-교환국) 전송과정을 1단계(단말-기지국)으로 줄인다.
SK텔레콤은 전송과정이 줄어든 만큼 지연속도는 물론 비용 절감과 함께 보안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초엣지는 기존 MEC 대비 한 차원 진화한 것으로, SK텔레콤이 세계 최초 개발한 기술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이 기술은 SK텔레콤 분당 5G 클러스터에 연내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계획도 전했다.
이에 KT가 발끈하고 나섰다. 마찬가지로 MEC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KT로선 SK텔레콤이 내건 ‘세계 최초 MEC 신기술 개발’이라는 타이틀에 불편한 기색이다.
이날 KT는 SK텔레콤의 초엣지 기술 공개와 관련해 “해당 기술은 SK텔레콤이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기술로 실제 적용 시점은 미정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기지국 단에 MEC를 적용하는 기술은 KT도 개발 중이며, 향후 누가 해당 기술을 먼저 현장에 적용할진 아직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저지연 효과를 가장 많이 체감할 수 있는 것은 교환국부터 MEC를 적용해 인터넷망 지연을 단축하는 것으로, 기지국 단에 적용하는 것은 교환국 적용 후에 추가해도 늦지 않다”면서 “KT는 이미 지난 3월 전국 8곳에 MEC 센터를 구축 완료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SK텔레콤은 “초엣지 기술은 우선 B2B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현재로서 구체적인 적용 시점을 밝히긴 어렵다”면서도 “SK텔레콤은 초엣지 기술 개발을 완료한 상태로, MEC의 교환국 구축은 물론 기지국 구축까지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SK텔레콤은 현재 전국 5G 주요 거점인 총 12개 지역에 MEC 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이처럼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그만큼 MEC가 5G 핵심기술로서 중요도가 높기 때문이다. MEC를 적용하면 5G의 응답속도는 기존보다 40~60% 빨라진다. 즉각적인 응답속도가 필수인 자율주행서비스, 끊김 없는 데이터 전달이 중요한 증강·가상현실(AR·VR) 등 다양한 산업과 시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특히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MEC는 다양한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열쇠로 꼽힌다. 5G 초저지연 속성이 필수적인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유통, 스마트헬스케어, 로봇 등 다양한 산업군이 대상이 된다. 클라우드 비용을 줄이고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는 면에서 기업들의 MEC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들 또한 MEC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초엣지 MEC 기술을 공개한 것과 더불어 지난 6월부터 MEC 플랫폼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개발자 지원 사이트 T 디벨로퍼스에 공개해 개발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향후 MEC 기술을 적용해 5G 서비스 지연시간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KT는 지난 3월 전국 주요 8개 도시에 5G 엣지 통신센터를 설치, 데이터 지연속도를 줄일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다. 이어 5월에는 ‘5G IT 엣지 클라우드’를 서울과 부산에 각각 구축해 다양한 5G 미디어 서비스를 초저지연으로 제공하고 있다. KT는 MEC 기술 상용화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잡고 기술개발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