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SK이노베이션이 한국, 유럽,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전기차 배터리 영향력을 넓힌다.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 첫 삽을 떴다.
SK이노베이이션은 모든 공장이 완공되는 2022년 연간 약 40기가와트(GWh) 규모 생산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 추가 수주에 따라 총 60GWh 생산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3년~2025년 사이 글로벌 배터리 탑3 업체로 도약할 것을 목표로 잡았다.
20일(현지시간 19일) SK이노베이션(대표 김준)은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첫 공장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최대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
이날 기공식에는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 등 미국 연방정부 및 주정부 관계자 등 한국 정부인사와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등 SK 경영진, 고객사와 협력사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SK그룹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SK의 배터리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믿어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조지아주의 지지 덕분에 또 하나의 시작이 가능했다”며 “이번 기공식은 훗날 한미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미국과 전 세계 자동차 발전에 한 획을 그은 역사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프로세스가 미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SK의 전기차 배터리 투자는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대에 미국이 진정한 경쟁력을 갖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는 “조지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조지아 주민들에게 신나고 의미 있는 날”이라며 “특히 투자와 더불어 조지아의 미래인 젊은이와 학생들을 위한 교육발전에 기부금을 전달한 SK이노베이션에게 감사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오는 2022년 양산가동…연간 9.8Gwh 생산 규모 = 이번 공장 건설은 SK이노베이션의 ‘선(先) 수주, 후(後) 증설’ 전략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이 성사됨에 따라 추진됐다. 미국향 전기차에 장착될 배터리를 이 공장에서 공급하게 된다. 커머스시에 112만제곱미터(약 34만평) 부지를 확보하고 올해 2월부터 부지 정지 등 기초 공사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현지 법인인 SK 배터리 아메리카를 통해 건설 투자비, 운전자본 등 총 1조1396억원(10억달러)을 연도별 분할 출자 형태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2021년 하반기 완공해 설비 안정화 및 시운전, 제품 인증 등의 과정을 거쳐, 2022년 초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은 서산공장 생산량(연간 4.7GWh)의 두 배가 넘는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또 2025년까지 누적 약 1조9000억원(16억7000만달러)을 투자해 공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수주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비해 이번 투자를 포함한 중장기적인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60GWh/연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글로벌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공장이 들어서는 미국 조지아주는 최근 제조업 메카로 급부상 중이다. 록히드마틴 등 미국 굴지의 기업을 비롯해 인도 타타그룹 등 세계적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 BMW, 다임러, 볼보,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남동부에 위치해, 이들 생산거점과의 연계성을 감안한 성장성 측면에서도 최적지로 평가 받는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 생산거점을 마련함으로써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에 대한 완성차 업체들의 신뢰를 확실히 하게 됐다”며 “이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의 ‘딥체인지 2.0’을 완성할 기반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 반드시 성공시켜 기업 가치를 더욱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 한국 업체가 강해” = 최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정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전기차 시장 확대로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면 배터리 사업 경영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2021년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기겠다는 각오다.
지난 2016년 말 30GWh 수준이었던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는 약 2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2018년 말 누적 수주 잔고는 325GWh, 현재는 100GWh 더 늘어나 430GWh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이미 글로벌 탑3 수준이라는 것이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향후 경영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 배터리 사업이 SK이노베이션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배터리 사업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면 안정적인 독립 회사로 만들겠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준 사장은 또한 ‘제 2의 반도체’로 떠오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한국 업체들이 가장 강하다고도 평가했다. 그는 “특히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잘 하려면 기본적으로 화학 기업의 역량이 필요한데, SK이노베이션은 화학 사업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차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05년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팩 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2009년 다임러 그룹 산하 ‘미쯔비시 후소’의 하이브리드 상용차 배터리 공급 업체로 첫 계약을 따냈고, 이듬해 7월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2012년 충남 서산에 최초로 양산공장을 완공해 첫 상업 양산에 돌입했으며, 수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서산 2공장을 2018년 9월 건설 완료했다.
유럽 지역은 헝가리 코마룸 지역을 생산 거점으로 정했다. 2018년 3월 기공식을 개최했으며 내년 초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같은 지역에 올해 3월 제 2배터리 공장 건설 투자를 확정한 바 있다. 중국에서도 2018년 8월 중국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합작을 통해 장쑤성 창저우시에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오는 2020년 양산에 돌입한다. 이들 공장이 모두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은 연 40GWh 규모 생산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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