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홍하나기자] 미국 정부와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의 5세대(G) 시장장악을 위한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고위 당국자들이 직접 나서며 유럽에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에 화웨이는 자사의 통신장비에 문제가 없다며 설득·해명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인 '파이브 아이즈'(다섯개의 눈)는 화웨이 배제에 동참했다. 현재 파이브 아이즈인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가 미국의 주장에 동참했고 여기에 일본, 독일, 프랑스의 합류로 '파이브 아이즈+3' 체재가 가동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유럽연합(EU)의 입장은 아직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 EU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EU내에서도 동유럽은 최근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주요 동맹국이 화웨이 장비 도입을 배제한다해도 EU가 이에 동참하지 않으면 압박의 강도는 느슨해질 수 밖에 없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헝가리 등 유럽 5국 순방에 나서며 화웨이 통신장비 위험성을 지적한 것은 이런 EU내의 복잡한 배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U 국가들이 화웨이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와 성능이다. 실제로 화웨이 장비는 경쟁사에 비해 가격이 약 10% 이상 저렴하며, 기술은 1년 이상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초기에 5G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롱텀에볼루션(LTE) 망과 연동해야 한다. 기존에 LTE 망을 화웨이 장비로 구축했다면, 5G망 구축에 적은 비용이 소요된다. 국내에서도 LG유플러스가 5G 장비사로 화웨이를 선정한 데는 이 이유가 가장 크다.
현재 EU 차원에서도 5G 장비 선정에 있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외신 블룸버그는 “EU 관계자들은 중국기업들과 협력할 경우의 위험성과 잠재적인 중국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위협에 대처할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분석했다.
에드가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외교장관은 최근 독일 뮌헨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과의 새로운 방식을 모색할 준비가 됐지만 일반적인 이익을 희생하거나 우리의 안보이익을 희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 대한 통합적이고 일반적이고, 협력적인 EU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방에서 불안한 조짐이 보이자, 화웨이는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보안문제 등에 대해 자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지난달 런정페이 회장은 약 4년만에 가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화웨이는 독립적인 민간 기업이며 사이버보안과 관련해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런정페이 회장은 “화웨이는 독립적인 민간 기업체로, 국가 혹은 개인에게 해가되는 일은 범하지 않을 것이다”이라며 “화웨이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도 중국 정부로부터 부적절한 정보 제공 요구를 받은 적 없으며, 만약 이같은 요구를 받을 경우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럽시장은 화웨이에게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2017년 기준으로 유럽, 중동, 아프리카 사업 매출액은 약 27조원으로 전체 매출액 가운데 27%를 차지한다.
<홍하나 기자>hhn062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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