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종합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SK텔레콤이 서비스 해지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 확답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달 18일 발생한 유심칩 데이터 유출 사태로 이용자 이탈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연일 SK텔레콤에 ‘서비스 해지 위약금 면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약관상 회사의 귀책사유에 따른 서비스 이용 해지 경우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르라는 것이다.
이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8일, 두차례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SK그룹의 총수 최태원 회장도 지난 7일 진행된 데일리브리핑 현장에서 “이사회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해서 결정할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500만 가입자 이탈, 3년치 매출 7조원 손실”
당장 드러나는 문제는 이용자 이탈에 따른 매출 손실이다. 위약금 면제가 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도 연일 SK텔레콤 ‘엑소더스(대탈출)’는 한창 진행 중이다.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온 지난달 22일 이후 현재(10일 기준)까지 SK텔레콤 통신 서비스 이탈자 수는 약 30만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위약금 면제가 이뤄질 경우, 이용자를 붙잡고 있는 ‘잠금효과(Lock-in effect)’를 잃게 될 수 있고 대규모 이탈이 예상된다는 것이 유 대표 분석이다.
유 대표는 지난 8일 청문회에서 “(위약금이 면제되면) 최소 250만명에서 500만명 이용자 이탈이 예상된다”며 “이는 향후 3년간 매출 측면에서 7조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텔레콤의 지난해 연간 연결 매출은 17조9410억원 규모다. 유 대표 분석을 토대로 따져보면, 1년 매출의 약 40%에 달하는 손실이 3년에 걸쳐 누적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매출 손실은 물론, 국내 통신 1위 사업자 타이틀도 위태롭다. 휴대폰 이동통신(MNO) 이용자만 따져봤을 때, 지난 2월 기준 SK텔레콤 MNO 가입 회선 수는 2309만9839개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이 중 500만 이탈자가 발생하게 될 경우 약 1800만회선까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이탈한 이용자 절반이 각각 LG유플러스와 KT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2위 사업자인 KT의 회선 수는 약 1600만개(2월 기준 1334만9784개)까지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사태 이후 일일 번호 이동 동향에서 꾸준히 KT가 LG유플러스에 비해 더 많은 이탈자를 흡수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그간 이용자 유치를 위해 투자한 마케팅 비용은 모두 효과를 잃은 매몰비용으로 전락하게 될 위기다.
향후 가입자 수 회복을 위해 추가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경우, 한동안 영업비용 부담이 지속될 우려도 있다. 이때 늘어난 마케팅 비용은 다시금 남아 있던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 비용에 반영되는 등 이탈자와 비(非)이탈자 간의 형평성 문제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약금 자체는 SK텔레콤이 받기로 약속된 돈도 아니기 때문에, 손실이라 보기도 어렵다. 진짜 두려운 것은 이용자 이탈에 따른 매출 손실과 브랜드 가치 손상”이라며 “매출 손실 외에도 가입자 회복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등 예측 불가한 다양한 연쇄 손해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가입자 배상 문제도 직면…위약금 면제는 시작일 뿐
위약금 면제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약금 면제의 전제 조건인 ‘회사의 귀책사유’를 인정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법률적으로 귀책에 따른 배상 책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분석이다.
최근 다수 법무법인을 비롯해 시민단체에서는 SK텔레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데이터 유출에 따른 손실 책임이 SK텔레콤에 있고, 이에 대한 적절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취지다.
또, 소송 뿐 아니라 집단분쟁조정신청까지 이어지고 있는 판국이다.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법적 조치보다는 조정을 활용해 실질적으로 소비자 손해를 보전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소비자분쟁조정은 피해 소비자 50명 이상이 모여 신청하게 될 경우 소비자원 산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의뢰할 수 있다.
SK텔레콤 소비자 집단분쟁조정의 소비자 대표당사자로 나선 이철우 변호사는 “약관상 정보 유출에 손해배상책임을 직접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여러 판례에서 데이터 유출 이후 정보 도용으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가 없더라도 개인 정보 유출 사실만으로도 회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며 “이번 사태도 이러한 흐름에서 배상책임 인정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과 2013년 카드사에서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가 발생했으며, 이때 피해를 본 회원들은 집단 소송을 통해 1인당 10만원 배상금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6년 인터파크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해 소송으로 10만원 배상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이철우 변호사가 분쟁조정을 통해 제시한 배상금은 총 30만원, 이를 가입자 전체(약 2500만명, MNO 및 MVNO 등 모두 포함)에게 지급할 경우, 어림잡아 약 7조5000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과거 판례에 따라 10만원으로 계산해도 2조5000억원 규모다. 이는 매출 손실과 별개인 추가 손실이 될 수 있다.
다만, 과거 사례는 민감 개인정보가 직접적으로 유출된 것으로, 이번 ‘유심데이터’ 유출과는 차이가 있어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SK텔레콤에서도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민감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9일 사태 민관합동조사단 1차 조사결과 발표에서 가입자 전화번호·가입자식별키(IMSI) 등 USIM 복제에 활용될 수 있는 4종과 USIM 정보 처리 등에 필요한 SK텔레콤 관리용 정보 등 21종이 유출됐다고 전한 바 있다.
◆위약금 면제 가능성은?...“해지사유에 이를 중대성 여부가 핵심” 의견도
과기정통부에서는 사태 파악을 우선시 해야 하고, 조사 결과가 나와야 위약금 면제 여부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통신사들의 이용약관을 검토하고 관할하는 승인권자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9일 열린 월례 브리핑에서 “위약금 문제는 사운이 걸릴 정도의 큰 문제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기정통부도 민관합동조사단의 결과까지 봐야지 어떤 판단력이 설 수 있다”며 “조사결과는 아마 6월 말이 돼야 (발표)될 것이다. 4월 말에 (조사가) 시작했으니까 최대 2개월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약금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SK텔레콤과 과기정통부는 각각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예민한 사안인 만큼 양측 모두 법률 검토 쟁점 등에 대해서는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관련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의 ‘귀책사유(데이터 유출)’가 해지에 이를 만큼 상당한지, 또 중대한지 여부를 가르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 유출 사실을 인정했고 이를 귀책사유라 볼 수 있지만, 이것이 서비스 이용해지사유까지 이를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이용해지 사유에 이르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불완전한 이행 등 요소가 전제돼야 하는데, 사업자가 불완전한 서비스 이행을 보완하기 위한 각종 장치를 마련한 경우, 해지에 이를 수준의 사유는 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즉, ‘유심보호서비스’나 ‘비정상 인증 차단 서비스(FDS)’ ‘유심 재설정’ 등 보완 조치를 이행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 아직까지 실질적인 복제폰 피해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 과거 사례와 달리 주민등록번호 등 직접적인 정보 유출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용자가 통신사를 더 이상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해지 사유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약관 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위약금 해지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철우 변호사는 "만약 SK텔레콤에서 위약금 면제를 방어하기 위해서 위와 같은 논리를 펼치더라도,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에서 약관이 모호할 때는 이용자의 이익에 따르도록 하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다가, 유출 사실이 분명한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저런 주장을 펼치기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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