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성차 업체는 물론 삼성·SK·인텔·퀄컴·네이버·바이두 등 업종 불문하고 스마트카 선점 경쟁 - ‘자율주행 그 다음’까지 시야 넓혀…차가 곧 문화공간·운전자와 교감도 가능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3대 행사인 소비자가전전시회(CES)의 화두 중 하나는 ‘스마트 자동차’다. 지난 몇 년간 CES가 그랬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차세대 스마트 폼팩터(하드웨어)이자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자동차를 잡기 위한 세계 유수 기업들의 기술 경연이 전쟁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각) 개막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현장은 자동차를 빼고 얘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오토모티브(자동차) 전시장이 아니더라도 부스 한두 곳 건너뛰면 자동차가 눈에 띄는 수준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자동차가 똑똑(스마트)해지기 위한 저마다의 기술을 내세웠다. 대표적인 두 가지가 ‘자율주행’과 ‘전장(전자장비)’이다.
주요 완성차 업체인 벤츠와 BMW, 아우디는 ‘차량 인포테인먼트’에 힘주는 모습이다. 차량을 또 하나의 생활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보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인공지능 비서를 적용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공개했다. 증강현실(AR) 기반의 직관적인 길 안내를 해주고 운전자와 대화까지도 가능하게 했다. 아우디는 정차된 차량을 영화관으로 탈바꿈시키는 기술을 공개했다. 디즈니와 협업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차 탑승객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혁신 기술을 공개했다. ‘가상공간 터치’ 기술이다. 허공을 ‘톡’하고 누르면 영화를 선택하거나 음량을 조절할 수 있다. 카메라가 시선까지 포착, 운전자의 눈과 손짓으로 다양한 동작인식이 가능하도록 했다. 자율주행 모드에선 영상과 차량 주변 상황이 전면 유리창에 펼쳐지도록 한 기술도 눈에 띄었다. 이른바 ‘유리창(윈드쉴드) 디스플레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노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더욱 진화된 전장 플랫폼 ‘디지털 콕핏 2019’를 내놨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가전 기술력이 전장에 스며들었다. 자동차가 ‘또 하나의 집’이 되는 수준이다. 차량 내에서 집안을 살피고 가전을 조절하거나 집에선 차량 상태를 알아볼 수 있다. 운전자에 맞춰 차량 인포테인먼트가 개인 최적화되며 건강 상태까지도 알아챈다. 차량 내 디스플레이도 늘려 언제든 문화 콘텐츠 소비가 가능하도록 했다.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사 유일하게 CES 현장에서 모빌리티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 단일광자LiDAR(라이다), HD맵 업데이트 등의 자율주행기술이다. 단일광자LiDAR는 올해 2월 인수한 스위스 기업 IDQ의 양자센싱 기술을 적용한 첫 결과물이다. 300미터(m) 이상의 장거리 목표물 탐지가 가능하다. 자율주행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HD맵 업데이트’는 차량이 수집한 최신 도로정보를 기존 HD맵에 반영하는 기술이다.
SK하이닉스에선 자율주행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인포테인먼트, 텔레메틱스에 적용된 차량용 D램과 낸드플래시를 전시했다. 차량-데이터센터 간 통신과 데이터 분석에 활용되는 D램,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업용(Enterprise) SSD를 선보였다.
인텔은 워너브라더스와 손잡았다. 몰입형 콘셉트카를 통해 배트맨 영화 속 고담시를 여행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승객이 눈과 귀를 도로에 집중하지 않더라도 경로상에 중요한 변화가 있을 경우 자율주행 차량이 이를 어떻게 승객에게 알려주는지 보여주려는 시도다. 차 뒷좌석에 앉아 다음에 볼 영화를 어떻게 정하는지도 시연했다. 회사는 승객이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연구개발을 지속할 방침이다. 자율주행차 이후를 준비하는 행보로 볼 수 있다.
무선통신기술로 유명한 퀄컴 자회사 퀄컴테크놀로지는 3세대 콧픽 플랫폼을 공개했다. 자동차 인공지능(AI)을 위한 기반 플랫폼이다. 보다 향상된 스냅드래곤 CPU와 GPU를 넣어 기계학습(머신러닝) 성능을 끌어올렸다. 업체들이 원하는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등급을 세분화했다. 이 플랫폼엔 가상화 보조 기능, 차량과 운전자 간 의사소통, 몰입형 비디오·오디오 등 차세대 스마트카를 위한 기술이 대거 포함돼 있다.
네이버는 CES에 처음 참가해 각종 자율주행 신기술을 꺼내 놨다. 자회사 네이버랩스는 운전자 개입 없이 도심 자율주행이 가능한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자체적으로 고정밀 지도를 제작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HD 맵’ 기술도 발표했다. 항공사진과 함께 지상 차량이 수집한 데이터를 더해 보다 정확하면서도 최신성을 반영하는 지도 제작 기술이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위치·이동 기술을 위한 ‘xDM’ 플랫폼을 선보였다. 오랜기간 지도 서비스를 제작·운영해온 네이버의 노하우가 십분 반영된 기술이다. 자율주행차는 물론 실내 길찾기 서비스까지 포함한다. 다양한 API와 SDK를 활용해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 중 하나인 바이두도 예외는 아니다. 자율주행 오픈 플랫폼 프로젝트인 ‘아폴로’를 CES 현장에서 소개했다. 회사는 차량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확보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판기 차량도 갖췄다. 각종 배달이 가능하다. 최대 시속 50km로 움직이며 전기배터리 제원상 최대 주행거리는 100km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