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만약 디지털라이제이션 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지 못한다면 경쟁자에게 승자 독식을 허용하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도태되면 역전이 불가능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KB금융 전 경영진이 이러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혁신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이우열 IT그룹 대표(사진)는 13일, <디지털데일리> 주최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 전망, 금융IT 혁신' 컨퍼런스 키노트를 통해 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인 '더 K프로젝트'에 대한 소개와 함께 현재 진행중인 KB금융 그룹의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에 전략과 비전을 매우 현장감 있게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는 금융권 및 관련 IT업계 관계자, 일반인 등 470여명이 참석해 예년보다 높은 참석율을 보였다.
이우열 대표는 향후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이 '뱅킹업무의 탈 뱅크화(化)'라고 진단했다. 혁신적인 IT기술에 기반한 정보 혁명의 시대, 소프트파워의 시대에서 과연 은행 IT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IT전략의 방향성과 관련, “한정된 IT예산과 인력, 시간을 고려해 IT인프라의 혁신을 어디에 촛점을 맞춰야할까에 고민했다”며 “우리는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고객과 직원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유연한 IT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더 케이(K) 프로젝트의 목표.
다만 국민은행은 기존 IT인프라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지 않는다. 이미 굳어진 '빅뱅' 방식으로부터의 과감한 탈피다. 빅뱅 방식은 신속하지 않고, 유연한 대응이 아닐 뿐더러 성공율도 떨어진다는 것이 국민은행의 최종 진단이었다.
◆국민은행,‘2(Two) 스피드 IT전략’ 을 선택한 이유 = 빅뱅 방식의 대안으로 국민은행이 선택한 것이 ‘2(Two) 스피드 IT전략’ 이다. 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인 '더 K 프로젝트'는 이 개념이 철저하게 투영된 국내 은행권 첫 사례다.
이 대표는 '2 스피드 전략'과 관련 “(IT인프라의 혁신에서) 먼저 빨리 가야할 것과 안정적으로 가야할 것을 나눴다”며 “하루 1억3000만건의 거래를 처리하는 계정계시스템의 변화는 최소화하되 그 대신 정보계와 채널계시스템 부분에 집중적으로 혁신함으로써 빠른 시장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오는 2020년까지 진행되는 '더 K 프로젝트'에서 ▲고객경험(CX)혁신, ▲클라우드 및 플랫폼 등 디지털 신기술 구현, ▲애자일(Agile) 개발환경, ▲리눅스 x86 등 개방형 오픈기술 전환 등을 핵심 실행 과제로 선정했다.
◆고객은 두 번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 … 고객이 원하는 IT란?= 이 대표는 아울러 “IT인프라의 혁신은 철저하게 직원과 고객 중심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창하지 않다. 고객이 편안하게 느끼는 IT, 또 직원들이 손쉽게 쓸 수 있는 IT를 의미한다. 이것이 이 대표가 정의하는 국민은행 IT인프라의 혁신이다. IT를 위한 IT,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인 IT는 실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특히 이 대표는 고객 중심의 IT 전략을 설명하면서 한국인들의 DNA를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오랜 경험을 통해,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두 번 말하는 것을 싫어하고, 남들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 나라의 금융 IT가 과연 고객들에게 이같은 중단없는(Seamless)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고객이 편안한 서비스',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길이다. 이 대표는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끊김없이, 같지만 다른 뱅킹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존보다 국민은행 IT인프라를 혁신하는 것이 더 K프로젝트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라이제이션' 시대, 왜 우리는 혁신해야 하는가 = 이 대표는 “국민은행은 다른 은행들에 비해서 저원가성 자금이 많다. 특히 급여이체 고객이 많다. 35년전 국민은행이 국내 은행 최초로 종합온라인시스템을 가동하면서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서 급여이체 고객이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IT 혁신의 효과를 본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앞으로 금융 비지니스가 또 다시 어떻게 변화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열정 하나만 앞세워서 전투를 치를 수는 없다. IT인프라가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에 대한 방법론으로 국민은행의 클라우드 전략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정보계, 채널계는 클라우드 시스템 환경으로 전환해 지금보다 훨씬 유연한 대응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금융감독 기관의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면서 프라이빗, 하이브리드, 멀티 클라우드 등 은행에 최적화된 모델을 도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은행들처럼 'IT 중심 은행'(IT Driven Bank)을 지향하고 있다.
이와관련 이 대표는 “총 3단계중 현재 국민은행은 2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2단계는 IT를 통한 프로세스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기존 현업 업무의 디지털화가 크게 활성화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최종 3단계 'IT 중심 은행'에선 IT가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비즈니스를 기획, 지원하고, 역동적인 디지털기반의 유니버설 뱅크(Universal Bank)가 구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기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더 K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돼야한다 .
◆핵심 IT인력의 육성… 차세대 IT의 완성, 'IT 주도형 은행'의 핵심 동력 = 올해 국민은행은 IT인력 확보에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양질의 IT인력 확보가 향후 'IT 중심 은행'을 구현하는데 필수적인 자산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최근 국민은행은 오는 2025년까지 2조원 규모의 디지털 관련 투자와 4000명의 디지털인재 육성 양성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양질의 IT인력 확보는 '더 K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올해부터 본격화됐다. 이 대표는 이날 강연도중 행사 참석자들에게도 “여러분들이 IT전문가들이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되신다면 KB금융에 많이 응모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KB금융그룹의 디지털화를 선도하는 핵심 엔진의 역할을 맡고 있다 . 내년 통합 IT센터(경기 김포)가 가동된다. 그룹의 디지털화를 통해 KB금융그룹의 IT표준화, IT비용절감,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 더 고도화된 정보보호체계가 이뤄질 것으로 에상된다.
이와함께 올해 국민은행 IT그룹은 'IT 기술혁신센터'를 신설했다. IT기반의 금융 비즈니스를 신속하게 구현하기위한 조직이다. 이와함께 여기에서 축적된 IT 역량을 KB금융그룹 계열사 전체에 전파해서 시너지를 높이고 중복투자와 기회비용을 줄이고 있다.
한편 이번 '더 K 프로젝트'에서 '글로벌 플랫폼' 구현은 핵심 사업중 하나로 꼽힌다. KB금융의 글로벌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관련하여 이 대표는 국내와 동일한 기술표준 적용하되 국가별 문화와 현지 법과 제도를 준수하기위한 컴플라이언스 대응을 통해 확장성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