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흔히 양날의 검으로 여겨진다. CSR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지속적으로 커져 왔지만, 기업의 사회 공헌과 이윤 추구는 양립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골적으로 마케팅 효과만을 노린 CSR의 경우 칭찬 대신 되려 고객의 냉소를 사기도 한다.
반면 SK스토아의 경우, 홈쇼핑 플랫폼의 특성에 사회적 기업과의 동반상생이라는 취지를 잘 담아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착한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초점을 맞춰 홈쇼핑, 입점업체, 소비자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사회적 기업의 상품을 판매하는‘유난희의굿즈’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을 고용해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조직의 주된 목적이 사회 공헌에 있는 기업을 뜻한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과거에 비해 증가했으나, 관련 상품을 소비자가 접하기 어려워 개별 사회적 기업의 인지도나 제품 신뢰도는 높지 않다. 유통 판로도 마땅치 않다.
SK스토아는 이런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유난희의굿즈’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취지에 공감한 20년 경력의 국내 톱 쇼호스트 유난희 브랜드 디렉터가 진행을 맡았다. 유난희 디렉터는 ‘유난희의굿즈’에서 방송되는 브랜드 발굴 및 육성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착한 소비 권하는 방송, ‘유난희의굿즈’ = 이 프로그램에서 첫 아이템으로 소개된 모어댄의 가방 브랜드 ‘컨티뉴(continew)’는 버려지는 자동차 가죽시트 등을 재활용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탈북민 등 취약계층이 생산에 참여한다. 인기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 강호동 등 유명 연예인들이 사용해 잘 알려져 있다. 올해 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에서 직접 소개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컨티뉴는 첫 TV홈쇼핑 기획 판매전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모어댄의 경우 비교적 인지도가 있는 편이지만, 홍보에 많은 비용과 자원을 쓰는 기업들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일반 기업도 쉽지 않은 첫 판매 방송 완판 사례를 사회적 기업이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됐다.
두 번째로 소개된 동구밭의 ‘설거지 워싱바(세정제)’는 발당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일터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국내 사회공헌 연합체 ‘행복얼라이언스’ 참여사로 다양한 활동에 동참하고 있기도 하다.
해당 방송은 단순 상품 소개에서 더 나아가, 인포테인먼트적 성격을 띠고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가치를 알리는데 집중했다. 제품 원재료가 생산되는 텃밭과 공장까지 직접 찾아가 실제 생산과정 및 운영까지 깊이 있게 전달했다.
지난 9월 세 번째로 소개된 비타민엔젤스 ‘메가홍삼’ 역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상품이다. 상품 하나가 판매되면 결식아동, 미혼모, 독거노인 등 국내외 소외계층에게도 비타민 하나가 기부된다. 이들 상품 역시 방송을 통해 높은 판매고를 올렸으며,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사업 운영에 도움을 받았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윤, 두 마리 토끼 = 중요한 점은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회적 기업뿐만 아니라 SK스토아 역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SK스토어의 자체 사회적 기업 상품 판매 현황(2017년 12월~ 2018년 9월 기준) 분석에 따르면, ‘착한 상품’ 구입 고객은 일반 상품 구입 고객 대비 재구매율이 2배 가까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당 구매 금액도 증가했으며, SK스토아 방송을 통해 재구매하는 주기 역시 1.3배 더 빨랐다. 과거 대비 상품의 사회적 가치와 희소성에 구매 동기를 느끼는 고객들이 가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같은 소비 트렌드 변화는 통계적 지표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17년 실시한 ‘착한 소비’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10명 중 9명(90.8%)은 자신의 소비가 남을 돕는데 쓰이는 것은 뿌듯한 일이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데 84.8%가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스토아는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사회적 기업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홈쇼핑 입점을 위한 맞춤형 멘토링인 ‘SK스토아 홈쇼핑 아카데미’를 매년 2차례 진행한다. 앞서 SK스토아는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홈쇼핑 A to Z' 가이드 및 상품 입점 프로세스 등을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유통 판로도 지원한다. 연간 12개의 사회적 기업 상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며, 사회적 기업 방송 때는 판매 수수료를 낮추고 방송 제작비를 지원한다. 마케팅 프로모션, 대외 홍보에도 적극 협조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웹에서도 기업 상품들을 꾸준히 노출시키고 판매하고 있다.
SK스토아 윤석암 대표는 "쇼핑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는 착한 소비에 대한 유의미한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SK스토아= 착한쇼핑’, ‘SK스토아 고객은 착한 소비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유통업계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