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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반’ 무릅쓴 삼성D·LGD 협력사들…중국 진출 ‘눈치싸움’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장비·소재·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협력사들이 ‘기술 유출’ 관련 법률 위반을 무릅쓰고서라도 중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장비·소재·부품 업체 사이에서는 중국 OLED 시장을 잡기 위한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투자 축소, LG디스플레이의 OLED 전환 난항 등이 겹치면서 국내 장비·소재·부품 업체로선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중국은 아직 OLED 관련 설비 투자가 초기 단계지만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한국을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업체들은 설사 주요 고객사(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와 공동 기술 개발한 사항이 있어 법률 위반 가능성이 있더라도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지난달 공장 자동화 설비업체 톱텍은 삼성디스플레이 OLED에 사용되는 3D 라미네이터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중국 진출로 삼성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거나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다.

일단 현재로선 국내 업체의 중국 진출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방법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 재료를 공급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 진출 과정에서 삼성에 밉보일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크게 삼성이 터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중국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삼성이 좀 민감해진 점은 있다. ‘중국에 너무 좋은 것 주지 마라’ 라거나 ‘너무 협조적인 것 아니냐’ 하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물론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와 공동 개발했을 경우 계약서상 기술 유출 방지 조항이 있다면 어느 정도 견제 효과는 있을 수 있다. 다만, 계약서 조항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삼성디스플레이 전 직원이 퇴사 후 일정 기간 경쟁업체로 이직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 있는데도 BOE 자회사로 취직하는 편법을 썼던 사례도 있다.

BOE, CSOT 등 중국 주요 패널업체들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업체를 눈독 들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아트론, 에스에프에이(SFA), AP시스템, 힘스, 원익테라세미콘 등 국내 업체는 일찍이 중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최근엔 중국 패널업체가 중소형 OLED 분야가 강한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급체인 업체를 위주로 협상을 타진 중이란 말도 나온다.

일각에선 공동개발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도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OLED 소재 업체 관계자는 “소재를 똑같은 비율로 맞춰서 그대로 중국에 준다 해도 퍼포먼스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온다. 증착 속도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얘기도 있다. 노하우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중국에 장비나 소재, 부품을 좋은 것을 줘도 크게 의미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장비나 재료뿐 아니라 레시피 및 노하우가 총체적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BOE를 필두로 한 중국 패널업체들은 현재 국내 엔지니어 영입을 서두르며 공정 노하우도 익혀가는 단계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를 그대로 가져다 쓰려는 이유도 최대한 같은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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