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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뽑기’에 매몰된 게임, 결국 규제로 가나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일 언론과의 소통 간담회에서 게임물 등급분류 표준화와 PC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개선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는 등 진흥을 언급하면서도 국내 게임의 주된 사업모델(BM)인 ‘뽑기(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선 규제를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뽑기 아이템에 대해 “큰 문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분노했다”, “확률의 속임수” 등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뽑기 아이템은 개발사(퍼블리셔)가 정한 확률 테이블에 근거해 다양한 아이템이 나올 수 있는 이른바 보물 상자를 구매하는 게임 내 BM이다. 상자를 열면 이렇다 할 효용이 없는 아이템이 나오기도 하고 대박이라 불리는 희귀 아이템도 나올 수 있다. 대박 아이템을 바라는 소비 심리를 이용한 BM이라고 보면 된다. 게임 커뮤니티를 보면 이 같은 확률형 BM에 수백, 수천만원을 썼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위원장은 학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국내 게임산업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봐온 게임 전문가다. 한국게임학회 초대 학회장을 맡아 연임까지 했다. 이런 그가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이끌게 된 이후 뽑기 아이템 규제를 시사한 것은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그는 ‘뽑기 아이템과 관련한 청소년 보호방안’을 올 하반기 착수할 연구과제로 언급했다. 학자 출신인 그는 위원회 내 연구조직 활성화를 목표하고 있다.

이 위원장이 비판했듯이 현재 국내 게임산업은 확률형 BM에 매몰된 상황이다. 보물 상자가 아닌 정해진 아이템만 파는 확정형 BM으론 기존의 매출 수준을 맞출 수가 없으니 업체 입장에선 확률형 BM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 게임의 자연수명은 있기 마련인데, 이를 거스르면서 매출을 끌어올리다보니 과도한 BM이 나오게 된다.

12조원대로 덩치가 커진 국내 게임업계가 지금처럼 확률형 BM을 운용하는 이상, 규제 얘기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 확률형 BM에 대한 대중의 비판이 거센 상황이기도 하다.

현재 규제 시늉 정도에 그치는 업계의 자율적 조치로는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직접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변화를 체감할 정도가 돼야 한다.

이 위원장이 언급한 이상, 업계 스스로가 변하지 못한다면 타력에 의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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